에너지 절약, 업무 효율 목적
지정된 휴가일···직원들도 엇갈린 반응

대전 A 대학에서 조교로 근무 중인 권 모(28) 씨는 학교에서 추진하고 있는 ‘방학 집중 휴무제’로 썩 개운치 못한 휴가를 보냈다. 장기간 업무를 내려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었지만 연차에서 공제되는 만큼 필요시 사용해야 할 연차가 벌써 반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방학, 여전히 한산한 대학가에선 방학이 끝나기 전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교직원들이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금방 더워지는 탓에 에어컨을 가동하는 것은 필수다. A 대학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집중휴무제를 운영하는 이유다. 에너지 절약과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 제고를 고려한 거다. 지난 2016년 A 대학이 도입한 집중휴가제는 학교에서 지정한 날짜에 장기 휴가를 가는 제도로 전 직원에게 적용되고 있다. 집중휴가일수는 연차에서 자동 공제되기 때문에 휴가일수 부족분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자가 유의해야 한다.

A 대학의 올해 집중휴가제는 지난달 23일부터 닷새간이었다. 이를 두고 교직원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박 모(26) 씨의 경우 합격점을 주고 있다. 박 씨는 “업무가 많은 조교 입장에서 생각하면 아주 좋다. 개인적으로 5일이라는 긴 휴가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은데 집중휴가기간 만큼은 교내 전 직원들도 업무가 이뤄지지 않아 더 편하게 사용한다”라고 흡족해했다. 다만 쌓인 업무량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박 씨는 “업무가 일주일 동안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휴가를 끝내고 돌아왔을 때 해결해야 할 업무량이 많아 어려움은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른 직원들이 지적하는 문제도 휴가 후 누적된 업무량과 강제성을 띤 휴가 날짜였다. 직원 김 모 씨는 “휴가 일정을 세우는 데 있어 매우 안 좋다. 지정된 날짜가 있어 가족이나 친구들과 일정을 맞추기도 어려워 휴가가 아닌 공휴일에 쉬는 것 같았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대학 측은 집중휴가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A 대학 관계자는 “지난달 23일부터 5일 동안 집중휴가 기간을 가졌는데, 직원들이 연차가 부족한 경우 해당 날짜에 맞춰 앞당겨 사용하며, 집중휴가기간 중 특별한 행사나 업무가 있을 때는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출근을 권장해 연차를 나중에 사용할 수 있도록 미뤄준다”라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