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민 둔산경찰서 갈마지구대 순경

지속적인 폭염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다. 더위를 식히기 위한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 중 하나는 공포영화나 블록버스터 영화를 꼽고 싶다. 그 중에서 2016년 여름을 시원하게 해줬던 '부산행'이라는 영화를 살펴보고 싶다. 부산행은 2016년 여름 박스오피스 경쟁의 포문을 열어 무섭게 관객몰이에 나섰던 기억이 난다. 최단기간 N백만 기록을 하나씩 갈아치우며 최종 성적 1156만을 기록했다. 부산행은 2016년 여름 흥행 1위와 전체 개봉작 1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시도가 드문 좀비 블록버스터로 천만 영화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한국영화의 소재 다양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계속 부활하는 생명체인 좀비를 보면서 관객들은 공포를 느끼고 이로 인해 무더운 여름 날씨를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계속 재범하는 성범죄를 보면 마치 부산행에 나온 죽지 않는 좀비 같은 느낌이 든다. 캐나다에서 실시된 성범죄자 재범 추적 연구에서 5년 후에는 14%, 10년 후에는 20%, 15년 후에는 24%가 성범죄로 다시 체포됐다.

한국에서 성폭행 범죄자 407명을 8년간 추적한 연구에서는 해당 기간 동안 강간죄로 다시 유죄선고를 받은 사람이 11.1%였다. 또한 성범죄 전과가 없었던 사람의 재범률은 7.8%인 것에 비해 과거에 성범죄 전과가 있었던 범죄자 중에서 다시 성폭행을 저지른 사람의 비율은 28.8%으로 약 4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성범죄가 재범률이 높다는 사실보다 더욱 큰 문제는 성범죄 피해자에게 정신적 트라우마가 마치 좀비처럼 머릿속에서 지속적으로 사라지지 않고 상기되어 괴롭히고 공포를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성범죄 피해자들은 불안, 강박증, 모멸감, 수치심, 현실감각상실, 대인기피증, 자해, 알코올중독 등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극단적인 경우 정신적트라우마로 인한 우울증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사례가 상당수 존재한다. 이는 상당한 사회적 문제이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이러한 좀비 같은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경찰에서는 가해자 대상 전자발찌 제도 시행 및 개선으로 2008년 18.1%에서 2013년 1.7%로 1/8 수준으로 재범률을 감소하는 혁혁한 성과를 나타냈다. 또한 피해자 대상 원스톱(OneStop)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치료부터 사건 종결까지 모든 절차를 한 곳에서 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또한 여성경찰관, 행정관이 상담 및 수사를 도와주고 모든 수사기록은 철저히 비밀 보장 및 익명화하고 있다.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변화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치심 과 피해자를 탓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신고를 주저하는 상황이다. 본인 과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 조금만 용기를 내어 좀비 같은 성범죄를 박멸해주는 백신 같은 긴급번호 112 신고행 열차에 국민들이 주저 없이 탑승하는 그날이 조속히 다가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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