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균 대전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사업단장

 

대전과의 인연은 초등학교 입학 이전 시절로 올라간다. 큰집이 대전이었던 관계로 명절과 방학 때마다 대전을 찾았으니 대전은 제2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그 시절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대전역 가락국수와 보문산 케이블카, 그리고 주변의 놀이시설 등이다. 지금은 모두가 아련한 추억의 한 장면들이다.

이후로 대전과의 인연은 대학 강단에 있으면서 효운동 하시는 분들 대상 특강을 통해서 이어졌고, 그 분들의 남다른 노력과 헌신이 대전을 효문화 중심도시로 만드는 기폭제가 되고 있음을 알게 된 때이다. 아무리 효를 강조하고 활동이 활발하다 해도 대전은 안동이나 영주처럼 효관련 전통문화가 있는 곳이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다. 오로지 경부선과 호남선이 교차하는 교통요지이자 엑스포를 개최한 과학도시 정도로만 이해하였고, 혹 전통문화가 있다면 우암 송시열 관련 유적 몇 군데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대전에 뿌리공원, 족보박물관이 세워졌고, 또 효행장려법에 근거한 효문화진흥원이 설립되었다. 한국효문화를 대표하는 기관과 시설들이 효관련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지역들을 물리치고 대전에 집중적으로 들어선 것이다. 이를 두고 필자는 뿌리 없는 대전이 다른 지역 뿌리를 뽑아다가 뿌리공원를 조성하고, 그 뿌리를 확인하기 위한 족보박물관을 만들고, 효문화진흥원 유치하여 그 정점을 찍었다며, 이는 대전의 지혜이자 용기라며 칭송 아닌 칭송을 늘어놓기도 했다. 거기에 덧붙여 주어진 문화도 있지만 만들어가는 문화도 있다며 대전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엄청난 오해이자 무지였다. 대전의 유무형 효문화자산을 조사하면서 그간의 생각들이 얼마나 짧고도 잘못된 것이었는가를 알게 되었다. 대전에는 다양하고도 엄청난 효문화 자산과 전통이 즐비하였다. 부모님 그리며 가까이서 자연과 더불어 평생을 함께하겠다며 아름답게 가꿔진 중구 무수동 유회당(有懷堂)이 그렇고, 유성구 도룡동 여흥민씨 삼세칠효(三世七孝) 효문화 유적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도심 속 곳곳에 산재한 유무형의 뿌리 깊은 효문화 유적들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대전만의 효문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대전을 감싸고 있는 보문산, 식장산, 계족산에 내려오는 전승설화 상당수가 효관련 내용이었고, 동네마다 내려오는 효이야기는 그 어떤 얘기보다 흥미롭고도 감동적이었다.

그래도 압권은 동구 이사동 은진 송씨 가족묘원. 14개 재실과 1천여기의 무덤군은 신종추원(愼終追遠), 즉 상제례(喪祭禮)를 효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했던 이전시대의 산물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었다. 규모로 보나 내용적으로 보나 이사동 유적은 전국 최대의 효문화 유적임에 틀림없다. 세계인들이 찾는 중국 산동성 곡부의 공자를 비롯한 공씨 가족묘 공림(孔林)이 60만평에 10만기 이상의 무덤이 있다 해서 세계 최대라 한다면, 동구 이사동 송씨 가족묘원은 그에 못지않은 특징과 내용을 담고 있는 세계최대의 효문화 유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효문화 유산이 대전에 있다는 것도 놀랍고, 이런 유적이 있다는 것을 그간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더욱 놀랍다. 문제와 원인이 어디에 있든 역사 속 우리의 효문화 유산을 제대로 관리 보존하며 기리는 것은 후손들의 책무이다. 체계적인 개발과 보존을 통하여 효문화 현장을 살리고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면 대전은 현대 과학과 전통 효문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문화도시가 되기에 충분하다.

대전시를 비롯해 각 구청에서도 효문화중심도시로서의 기능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효문화진흥원에서도 대전의 유무형 효문화자산을 지역별로 연계하며, 이를 예절실습과 더불어 효문화체험 관광코스로 개발하며 그 내용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묶어가고 있다. 필요한 곳에는 재미난 효문화이야기 안내판을 세워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려고 한다.

그리고 차제에는 대전의 일부 지역을 효문화체험 특구로 지정 개발하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 본다. 효문화진흥원에서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효와 예절을 겸비한 효문화체험을 하고, 뿌리공원과 족보박물관에서 각 성씨의 뿌리를 찾아 느껴보고, 무수동으로 건너가 유회당의 자연친화형 효문화 유산을 돌아보고, 보문산 숲속으로 들어가 효관련 전설 음미하며 몸과 마음을 씻어내고, 다시 산길 따라 혹 가능하다면 달구지 길을 조성하여 달구지 타고 이사동 계곡으로 내려가 세계적인 이사동 효문화 현장을 답사한다면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효문화중심도시 대전만의 체험관광코스가 되지 않을까. 특화된 대전만의 효문화체험코스, 2019년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 빛나는 효자 상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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