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금 충청남도학생교육문화원 문헌정보부장

“뭐야? 이별이 떠났다고?” “당최 뭔 말이야”. “오늘도 그녀는 거울을 쳐다보지 않는다”며 첫 시작을 알린다. 무엇인가에 갇혀 사는 사람의 느낌. 이 책은 바람난 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별거하면서 세상의 모든 빛으로부터 자신을 차단하고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 ‘서영희’라는 여자와 서영희의 철부지 대학생 아들 한민수의 여자 ‘정효’가 동거하게 되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로 가족애 또는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50대 여자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기에 작가가 여자인가? 라는 착각이 들어 책을 보는 중에 작가 프로필을 다시 찾아보게 만든 작품이었다.

결혼 25년차 부부인 거대항공사 기장 한상진과 그의 아내 53세 서영희. 한상진은 그토록 원하던 어머니 같은 여자 서영희와 결혼했으나 너무도 완벽한 서영희의 성격에 지치게 되고 같은 항공사 직원 김세영과의 또 다른 사랑을 꿈꾸며 그와의 사이에 3살 ‘유진’이라는 딸을 얻게 된다. 타 지역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들 한민수는 엄마의 완벽함에 못견뎌하고 아빠의 이중성을 비웃으며 일탈을 일삼지만 결국 그의 여자 ‘정효’의 임신으로 혼란에 빠지게 되고…. 아직 아빠가 되기엔 너무도 어린 20세, 준비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낙태를 권하지만 정효는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자 당돌하고 당차게 서영희와의 동거를 감행한다. 서영희는 본인만의 공간에 정효의 존재가 달갑지 않지만 결국 정효로 인하여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되면서 세상 및 단절되었던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을 찾아가게 된다. 정효 역시 서영희라는 한 여자를 이해해 가며 엄마가 되어가는 심리적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서영희는 본인의 경험 또는 사회적 통념으로 정효에게 말한다. “결혼과 동시에 여자의 인생은 사라진다”고. “아기가 엄마 배 안에서 나오는 순간 아빠의 성을 따라가게 되고 아기를 키우는 동안 경제적인 주도를 남자가 하면서 남자의 눈치를 보게 된다”고. “살아가면서 아이와 남편중심으로 바뀌고 자신의 모습은 사라진다”고. 각자 서로 다른 시각 서로 다른 입장, 서로 다른 환경으로 인하여 논쟁을 하지만 결국 타인을 이해하게 되고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휴머니즘, 인간의 생명은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기에 소중하며 잉태되는 순간 사랑받아 마땅하다. 또한 가족은 서로 강요와 희생이 아닌 이해와 배려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요즘 가족을 꾸리기에 부담을 느끼며 결혼 자체를 거부하는 젊은이들에게 가족은 내가 가장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정신적 안식처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이별을 꿈꾸는 이들 모두 이별이 떠나기를 바라며….

손영금 <충청남도학생교육문화원 문헌정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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