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지사 부인 민주원 여사 증언 무죄 판결에 결정적 역할
김 씨, 1심 판결로 '불륜녀' 낙인 우려 ... 2심 벌써부터 관심

 '불륜녀' vs '피해자' 갈림길 선 김지은 "안희정과 끝까지 싸우겠다"

지난 3월 jtbc 뉴스에 출연해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미투 폭로를 하는 김지은 씨 모습.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여러차례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며 지난 3월 미투(Me Too) 폭로에 나섰던 전 수행비서 김지은(33) 씨가 궁지에 몰리게 됐다. 안 전 지사가 1심 판결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불륜녀' 낙인이 찍힐 처지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14일 1심 재판부는 징역 4년을 구형했던 검찰의 판단과 달리 죄형법정주의 및 객관적 증거, 엄격한 법 해석을 기초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 사이에 업무상 위력 관계가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제반 경위와 정황을 고려할 때 김 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판결 요지다.

  특히 재판부가 김 씨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데는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 여사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 여사는 지난달 13일 법정에 피고 측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8월 충남 보령에 위치한 휴양시설 상화원에서의 일을 증언했다. 당시 민 여사는 "부부가 2층에 머물고 김 씨는 1층에 머물렀는데, 새벽 4시께 김 씨가 부부의 방으로 들어와 침대 발치에서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수 분간 내려다 봤다"면서 "남편이 '지은아 왜 그래'라고 하자 김 씨는 '아, 어' 딱 두 마디만 하고 쿵쾅거리며 후다닥 도망갔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이에 대해 "한 중국인 여성이 안 지사에게 '새벽에 옥상에서 만나자'는 문자를 보냈고 착신전환된 수행용 휴대전화로 이를 확인한 자신이 안 지사를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그랬다"고 해명했다. 더군다나 자신은 방 안에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만 있었다고 말해, 민 여사의 증언과 충돌했다.

  1심 재판부는 이에대해 "피해자(김 씨) 주장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세부적인 내용에서 증언에 모순과 불명확한 점이 다수 있다"며 민 여사의 증언에 손을 들어줬다.
  특히 미투 폭로 당시 수행비서로서 지사의 뜻에 전적으로 따라야 했고 그 때문에 성폭행 및 성추행에 저항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던 김 씨가 본인 판단에 따라 능동적으로 지사를 보호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 것은 모순이라는 점이 이번 무죄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1심 판결에 대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이다. 판결 직후 변호인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재판정에서 피해자다움과 정조를 말씀하실 때 결과는 이미 예견됐을지도 모른다"며 "부당한 결과에 주저앉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굳건히 살아서 안희정의 범죄 행위를 법적으로 증명할 것"이라며 "권력자의 권력형 성폭력이 법에 따라 정당하게 심판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단체들도 이 일을 몰카 편파수사 항의 5차 집회와 연계하는 등 김 씨에게 힘을 실어줄 방침이다. 5차 집회의 날짜와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편, 안 전 지사 측은 김 씨에 대한 무고 고소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의 변호인 측은 재판 이후 "결과에 만족한다"며 "현재 무고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은 고려하지 않으며 지금의 사건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불필요한 논란은 피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고죄 고소와 관계 없이 판결이 이대로 굳어질 경우 김 씨의 이미지 추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심의 판단에 따르면 김 씨는 유부남과 불륜 관계에 있었으면서도 미상의 이유로 상간남을 몰락시키기 위해 성폭행과 성추행 주장을 펴며 언론을 이용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검찰이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기로 한 만큼 진실공방은 2심으로 이어지게 됐다. 재판 과정에서 또 어떠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지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재명 기자 lapa8@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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