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구 ㈔미래건설연구원 원장(공학박사)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한국경제 전망의 부정적 경고음이 내수경제 침체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활 SOC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크게 화제다. 일부 언론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내년도 SOC 예산 추가 감축방향을 재검토하겠다는 김동연 부총리의 발언과 연계하여 정부의 SOC 예산이 내년 이후 변곡점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 관련 부처도 문 대통령의 생활 SOC 투자 주문에 대한 예산 확충 시동을 걸고 각 부처별로 내년도 예산안에 생활 SOC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세부 추진 검토단계에 들어갔다. 생활 SOC라는 어휘가 생소할 수도 있다. 생활 인프라는 국민들이 먹고, 자고, 쉬고, 일하고, 가족을 부양하는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로 정의했다. 주택, 상하수도, 학교, 병원 등의 생활밀착형 시설과 해당 지역의 생산지원 인프라(도로·철도·전기시설·통신시설)를 포함한다.

본격적인 생활 SOC 투자를 위한 전제조건은 지역밀착형 생활 SOC를 발굴하기 위한 전체 인프라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규모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민간이나 지자체, 부처에 맡겨둬선 안 된다. 이를 토대로 인프라 투자 소요를 지역별, 부문별로 도출해야 하고 중앙정부-지자체간 공동추진 할 수 있는 협업체제 구축이 최우선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초지자체 SOC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사업 발굴하여 생활인프라 기준과 관련한 법령과 지침 등을 마련하고 생활인프라에 대한 조사 사업추진, 지원 등에 걸쳐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범부처 추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영국이나 선진국처럼 별도의 인프라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져 거기서 체계적인 인프라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직속 독립기구가 필요할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5월, 신설 및 정비가 반드시 필요한 전국 단위의 인프라 수요를 조사해서 발표했다. 서울을 뺀 15개 지역(세종·충남을 한 지역으로 봄)에서 신규 인프라 사업 781개(사업비 422조 원), 노후 인프라 사업 463개(20조 원) 등 총 1244개, 442조 원 규모의 지역별 핵심 프로젝트를 발굴했다. 이 가운데 문화·관광·체육·주거·교육·복지·환경 시설이 지역밀착형 생활 SOC로 분류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약 700개 사업에 약 70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생활 SOC 투자는 양적 확충도 중요하지만, 안전성·성능성·사용성을 보장하는 시설의 질적 향상이 더 중요하다. 기존 생활 SOC의 조사 및 진단을 통해 신설을 통한 양적 확충뿐만 아니라 기존 시설의 성능개선·개축 등에 대한 최적 대안을 수립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 정부는 2003년부터 신설, 성능개선, 개축 등 구분하지 않고 SOC 시설물 투자 계획을 통합하여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구 감소를 전제로 한 재정 수요 모델을 기반으로 예산과 세제를 검토하는 정책 방향을 정했다. 인구감소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도 지역 인프라의 실태를 분석하여 최적의 투자방안을 수립해 인프라를 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국회 계류 중인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관리 기본법안’의 제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성이 여기에 있다.

대전시도 민선 7기 들어와 각종 현안사업들이 동력을 잃고 있는 듯 강력한 결자해지가 필요하다. 월평도시공원 특례사업도 결국 공론화위원회에 던져졌다. 과연 공론위가 대전 현안문제에 대한 의지와 특성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는지 정책 포퓰리즘으로 변질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정부의 생활 SOC 투자 확대에 때를 맞추어 지역현안사업들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과감한 투자와 재정비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범 추진 체제의 플랫폼 구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향후 건설경기가 주택부문을 중심으로 부진을 지속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과 경제전문가들도 올 성장률 2.9%에서 2.8%로 하향조정했다. 건설경기 지수하락 이전에 일자리 창출, 실업률 증가 등 SOC 패싱에 성장·일자리쇼크의 역풍을 맞지 않도록 정부는 생활 SOC 확충을 위한 과감한 지원과 지자체는 이것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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