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 없는 폭염으로 농축산물 피해가 확산하면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추석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주요 농산물의 작황 부진과 가축 폐사가 잇따르면서 수급체 차질이 발생하며 밥상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목을 앞두고 치솟는 물가에 대한 걱정이 많은 만큼 범정부 차원의 비상 대책 마련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8월 셋째 주 물가는 채소류, 육류 할 것 없이 모두 올랐다. 무와 배추, 상추, 시금치, 오이, 호박 등 채소류는 10% 이상 급등세를 보였다, 폭염으로 육계 폐사가 증가한 데다 말복을 앞두고 보양식용 소비가 늘면서 닭고기 가격이 1㎏ 당 5000원대를 넘어섰다.

이같이 생활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은 폭염에 가뭄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1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폭염으로 인한 전국의 농작물 피해 면적은 2334㏊에 달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농작물 피해는 이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이 농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폭염에 농작물이 타들어가는 데다 가뭄까지 장기화하면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추석 제사상에 오르는 사과, 포도 등 주요 과수농가의 피해가 걱정이다. 행정안전부의 조사에서도 과수농가의 피해가 1105.8㏊로 가장 크다. 이들 농가들은 한창 과실이 커질 시기에 열과나 낙과 등의 피해로 정상적인 출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과나 포도뿐만 아니라 배 등 다른 과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과일 가격의 폭등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추석 물가가 걱정이다. 더구나 기록적인 폭염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속 시원한 비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이미 타들어간 농작물들이 회생할 수 있는 날씨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다가오는 추석은 예상 이상의 물가대란을 겪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14일 '장바구니 물가 동향을 관리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농축산 관계자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정부의 대책은 미흡하기 그지없다. 관계 장관이 과수농가나 농축산물 시장을 방문해 지원을 약속하는 등의 전시적인 행정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각 부처마다 제각각의 행동을 보일 것이 아니라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컨트럴 타워를 만들고 보다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농축산물 피해를 면밀하게 조사하고 현실에 맞는 실질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사상 유례 없는 폭염과 가뭄으로 자연재해가 심각한 만큼 비상시에 준하는 대처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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