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투잡고민 … 무색한 ‘52시간 근무제’

대전에 있는 플라스틱 제조기업 8년 차 직원 김 모(35) 씨는 이번 달 월급을 받고서는 투잡을 뛰어야하나 고민했다. 지난달부터 주 52시간 근무가 적용되자 야근·휴일수당이 대폭 줄어 이달 월급이 30만 원 가까이 깎였기 때문이다. 그는 “술·담배도 줄이고 아껴 살았었는데 더 줄일 수가 없어 퇴근 후 야간 아르바이트라도 하려고 생각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실시된 이후 첫 월급봉투를 받아든 직장인 중 일부가 줄어든 급여를 메워보고자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체감되는 임금감소가 생각보다 크자 투잡, 쓰리잡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본래 정부가 생각한 52시간 근무제 목적은 과도한 업무를 줄이고 직장인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임금도 함께 줄자 그 전의 소비수준을 유지하기 힘들어진 직장인들이 자청해서 야간근무를 찾아나서 제도 시행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근로단축 여파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에게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단축된 근로시간이 오히려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의 족쇄가 돼 버린 셈이다. 대전의 한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이 모(37) 씨는 제도 시행 전에는 60~70시간 근무했었다. 제조업체 특성상 초과 근무가 많았고 그만큼 급여에도 도움이 됐다. 하지만 이제는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더 일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고액연봉자들은 이해 못할 수도 있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일하는 시간이 곧 급여”라며 “일하는 시간이 강제적으로 줄어든 만큼 급여도 줄어들어 생활비가 버겁다”라고 울상을 지었다. 이어 '지난달부터 야근하던 시간에 대리운전을 하게 됐다. 이거라도 해야 아이들 학원을 보낼 수 있다'고 힘겹게 말했다.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임금하락과 최저임금 인상이 맞물려 직장인들의 아르바이트 시장진입은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말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 남녀 798명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직장인들이 투잡, 쓰리잡을 하는 주요 이유는 ‘수입을 높이기 위해서’로 복수선택 응답률 85.6%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최저임금 인상도 직장인들의 욕구를 자극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결심에 영향을 주었는가?’란 조사한 결과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62.3%가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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