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무죄 여파 국회 여성가족위 한목소리

비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1심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내린 데 대한 반발이 성폭력 처벌 강화 법안의 조속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21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안 전 지사가 무죄를 선고받은 것과 관련, 현재 계류돼 있는 성폭력 처벌 강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한목소리로 촉구해 그 같은 분위기를 여실히 입증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출석한 이날 회의에서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은 “이번 재판부 판결은 성폭력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변화된 성 인식을 쫓아가지 못한 판결이었다. 사법부 판단에 빌미가 된 것은 입법 미비였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투운동 이후 관련 법안이 130건 올라왔으나 그동안 한 번도 처리하지 못했다. 미투운동이 지속되고, 피해자들의 2·3차 피해를 막기 위해 빠른 법안 처리가 중요한 만큼 여가위 의원 전체가 조속한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는 등 액션을 취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성희롱·성폭력 추진점검단과 협의회가 있어 여러 부처가 들어와 함께 논의하고 있고, 법과 관련해선 법무부 등 다른 관련 부처들과 협의하지 않으면 진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범정부 협의체를 통해 법과 관련해 논의하고 있고, 토론도 진행하고 있다”라고 답변했고, 전혜숙 여가위원장은 신 의원의 제안을 받아들여 조속한 법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로 결정했다.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은 “위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성범죄에 굴복해야 하는 피해자를 법적 테두리나 사회적 인프라가 보호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나”라며 “성범죄도 강간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성추행이나 유사강간 등까지 정부가 관리를 확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성폭력의 사회적·법적 의미가 괴리가 크기 때문에 나왔고, 따라서 합의적 성관계에 대한 룰이 필요하다”라며 “노 민스 노(No means no), 예스 민스 예스(Yes means yes) 등 한 발 더 나아간 법안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안 전 지사 1심 재판부는 “이른바 ‘노 민스 노 룰’이나 ‘예스 민스 예스 룰’이 입법화되지 않은 현행 우리 법체계 하에선 안 전 지사의 행위를 처벌하기 어렵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한편, 정 장관은 안 전 지사 판결과 관련해 “현행법상 위력에 의한 간음에 대한 범위가 협소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종심 때까지 김지은 전 비서를 ‘피해자’라고 보고 있고, 2차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 피해자를 적극 보호·지원하는 것이 여가부의 소임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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