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태양도시 올래 ⑤

대망새는 이민족의 침략이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은 북쪽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강열하게 솟구치며 쿵쾅이는 심장을 한 개 더 만든 것이다. “배라기, 염탐전문부대를 이끌고 북쪽으로 다시 가라! 군사들의 숫자와 무기, 식량 등 놈들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오도록.”

대망새의 명령에 소리기가 함께 떠날 것을 소원했다. 북방이민족의 침략은 팬주룽 최대의 위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염탐부대원들이 지진 같은 말발굽소리를 내며 북으로 사라졌다. “……”
군대는 대망새가 직접 지휘했다. 산 정상에 시력이 좋은 파수병들을 배치하고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동쪽들판에 진을 쳤다. 백성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고 혹시라도 적들이 불화살 등으로 화공을 한다면 수천 채의 집들이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놈들이 산을 넘어 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만약 산을 넘을 낌새가 보이면 군대를 둘로 나눠 공격을 해야 합니다. 화살부대를 중심으로 한 부대는 산의 높은 위치에서 화살을 쏘고, 기병과 보병들은 적의 후방을 들이쳐야 할 것입니다. 올바바담! 바담께서 이번에 개발한 활은 모두 보급했습니까?”
“예! 바가나치…….” 올바의 새로운 활은 가락바퀴에서 뽑은 삼베의 실을 꼬아 활대에 묶은 것이다. 나무의 뿌리나 껍질, 덩굴 등으로 시위를 만들던 과거의 활보다 몇 곱절 성능이 향상된 것이다. 올바의 새로운 활은 활대가 강하고 시위가 팽팽해 바위라도 뚫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병들은 이 활을 가지고 말을 달리며 목표물을 맞히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

멀리 뒤편으로 검맥질의 집들이 보이는 동쪽들판에 진을 친 대망새는 막사를 짓고 뾰족한 목책을 세웠다. 훈련된 병사들은 오천 명이 넘었다. 적들이 보이면 목책 앞으로 기병들이 나서고, 좌우로는 화살부대가 배치될 것이다. 적들이 근접했을 때 화살을 퍼붓고 돌진하는 기병들을 따라 보병들이 야수처럼 달려들 것이다. 푸른돌이 전쟁을 위한 모든 작전을 바가나치와 신료들에게 보고하고 있을 때 멀리서 멘도루와 미리은, 아까비 등이 보였다. 저마다 무거운 무언가를 들고 아기족거리며 걸어오는데 수천의 무리가 뒤를 따랐다. 국운이 걸린 전쟁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 백성들이었다. 진영의 후미에서 불을 피우고 토기를 걸어 음식준비를 하는 백성들, 무기를 정리하는 백성들, 물을 끓이는 백성들, 두툼한 가죽옷을 쌓아놓는 백성들…… “……”

추위를 녹이기 위해 피워놓은 모닥불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파란(波瀾)의 전쟁을 기다리고 있었다.
(달팽이는 느리게 움직여도 뒤로 가는 경우가 없다고 한다. 지구상에 태어난 인류도 달팽이처럼 느리게 움직였지만 결코 뒤로 가지는 않았다. 인류가 느리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다른 세상을 몰랐기 때문이다. 다른 세상을 본 인류는 역동적으로 변화한다. 내가 팬주룽의 혁신을 이끌어낸 것도 다른 세상을 보고 배웠기 때문이다. 어쩌면 북방의 이민족들이 우리에게 신선한 바람, 살아 숨 쉬는 생동감을 부여해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그들을 알아야하고 그들로 인해 변화하고 더욱 발전해야 한다. 지금 또 다른 세상이 달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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