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 뇌신경센터 조현경교수

어지럼증은 자신과 주변 환경이 정지된 상태에서도 주변이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켜 불쾌감을 준다.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병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를 겪는 환자는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내원하고 있다. 갑자기 어지럼을 느꼈다면 뇌의 질병 특히 뇌졸중이 아닌가하고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뇌졸중에 의한 어지럼은 갑자기 발생하는데, 주로 평형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인 소뇌와 뇌관의 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다. 뇌졸중으로 뇌손상이 일어나면 인접 신경경로들도 손상되므로, 어지럼 외에도 발음이 어둔해지거나 한쪽 상하지 마비, 물체가 둘로 보이는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예외적으로 편마비 등 마비 증상은 없지만 일어날 수 없거나 무언가를 잡고도 걸을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증상이 가벼워 어지럼 이외의 신경 징후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므로, 급성 어지럼이 발생했다면 뇌졸중의 가능성을 두고 체계적인 진찰을 해야 한다. 또한 어지럼 증상이 일과성이어서 내원했을 때는 이미 어지럼과 함께 뇌졸중 증상도 개선되는 경우도 있다. 뇌졸중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환자가 돌발적으로 몇 분 지속되는 어지럼이 수차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경우에는 동맥경화로 인한 척추뇌기저동맥의 혈류부전을 의심해야 한다. 이러한 경우 향후 완전한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높으므로 적극적인 뇌졸중 예방대책을 세워야한다.

흔히 이석증이라 말하는 양성돌발성체위성어지럼, 전정신경염과 같은 귀 원인의 말초성 어지럼은 뇌 원인의 중추성 어지럼에 비해 예후가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재발이 잘되고 만성화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전정신경염은 초기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심한 어지럼, 구토, 보행장애 증상이 있어 뇌졸중과의 감별과 증상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요한다.

뇌와 귀의 이상이 없으면서 어지럼이 지속되어 일상생활의 불편은 겪는 경우도 많다.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자세불안과 어찔함과 같은 어지럼이 증상의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며 거의 매일 하루 종일 지속되는데, 뇌영상검사나 전정기능검사 등 검사가 정상인 ‘만성 주관적 어지럼’이 그 예이다. 이는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과질환에 의해 유발된 경우, 다른 내과적 질환에 의해 유발된 경우 등의 원인에 의한다. 사람의 심리상태는 인체 평형유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어지럼은 불안감을 가져오며 불안, 초조하거나 걱정이 많은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어지러워하기가 쉽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에도 영향을 잘 받아 반복되는 어지럼이 찾아오곤 하며, 이런 경우 상당수는 소화 장애, 사지 저림, 두통, 피곤함 등 신체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어지럼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충분한 문진을 포함한 감별진단이 중요하다. 특히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뇌졸중으로 진단될 경우 바로 이에 대한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급성기 어지럼이 격렬한 시기에는 어지럼의 안정을 위한 치료가 이루어져야하고, 어지럼이 다소 안정되거나 만성적인 어지럼, 반복적인 어지럼에는 회복을 위한 치료가 필요하다. 어지럼을 유발하는 많은 질환들은 양측 전정기능의 균형이 깨진 상태인데, 인체는 양측 전정기능의 불균형을 다시 균형 있게 맞추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전정기능의 보상 작용을 촉진시켜 불균형상태를 회복시키는 것이 치료의 목표다.

어지럼증에 대한 한방치료는 그 병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투여하는 한약처방도 여러 가지다. 대표적인 병태는 기가 울체하거나 기가 상충하여 두부에 이상을 일으키는 병태로, 어지럼 뿐 아니라 고혈압, 뇌졸중 등에서 흔히 나타난다. 한의학 문헌에 “어지럼이 심하면 중풍으로 발전한다.”고 하였는데, 간의 양기가 상충하는 병태에서 흔히 나타난다. 또한 체액의 편재, 수액대사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병태가 있다. 음식물 섭취과다와 소화기능의 문제로 습담이라는 탁한 물질이 쌓이는 경우도 이에 포함되는데 복부팽만과 미식거림, 구토 등 증상을 동반한다. 노화나 과로, 빈혈 등 기혈의 부족으로도 어지러운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어지럼을 유발하는 병태를 파악하고 증후에 맞는 한약처방, 침, 뜸 치료를 통해 체내의 불균형상태를 회복, 뇌의 보상 작용을 촉진시켜 뇌손상으로 인한 어지럼이나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어지럼 증상도 개선시킬 수 있다.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질환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일상생활 습관을 조금만 바꿔도 어지럼을 감소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어지럼이 전정계의 기능손상에 의해 발생한 경우에는 치료와 더불어 균형을 잡는데 도움이 되는 규칙적인 재활운동이 필요하다. 이때 어지럼을 줄이기 위한 진정제를 오랫동안 사용하면 오히려 보상작용을 방해하여 회복을 더디게 하므로 좋지 않다. 술이나 담배, 짜게 먹는 습관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한다. 또한 어지럼이 있으면 쉽게 피곤함을 느끼므로 스트레스와 과로를 피하고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는 것이 어지럼 치료에 도움이 된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