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기 “폐쇄적·독선적 리더십 안돼”
김태흠 “보수통합보다 내부정리 우선”
충청권 의원들 김병준 비대위 향해 쓴소리

19대 대선 대패와 6·13 지방선거 참패, 위기에 처한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는당의 진로를 놓고 충청권 의원들도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한국당이 지난 20일 당 가치 재정립과 정기국회 전략 마련을 위해 경기 과천 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개최한 연찬회에선 지도부의 혁신 방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 출범 후 전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첫 공개 토론의 장인 만큼 작심 발언이 터져나온 것이다.

정용기 의원(대전 대덕구, 재선)은 이 자리에서 “당이 위기에 처한 근본적 문제는 폐쇄적이고 반민주적인 리더십에 줄 세우다가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김병준 비대위원장도 표현만 다를 뿐 ‘나를 따르라. 뭐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와 무슨 큰 차이가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라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 체제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독선적 리더십’을 질타하면서 “가치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과는 같이 갈 수 없다”라고 했던 김 위원장의 태도를 문제 삼은 것이다.

정 의원은 특히 “당의 근본적인 개혁과 변화는 결국 선출된 권력에 의해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전당대회 개최 필요성을 지적했고, 국가주의를 비판(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입장문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가가 경제와 산업을 이끌어 나가는 국가주의적 성장모델을 바탕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지만, 시장과 시민사회가 성장한 상황에선 더 이상 이 모델은 작동할 수 없다. 이제는 국가주의가 아니라 자율주의다. 새로운 모델의 중심에는 시장과 공동체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김 위원장이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불러오는 것이 아닌지 우려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김 위원장은 “잘못된 지도자가 나오게 된 환경과 배경도 있다. 그런 지도자가 나오지 않도록 펀더멘털(Fundamental)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민심으로부터 외면받았던 보수정당으로서의 가치 재정립과 눈에 보이는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 김 위원장은 국가 주도가 아닌 자율에 기반을 둔 새로운 성장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 정책 등에 대한 견제구도 날렸다. 최악의 고용위기 속에 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 논란거리가 되는 상황을 맞아 개혁과 차별화를 통해 민심을 공략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김성태 원내대표가 “임시분할체제의 보수를 끝내고 통합보수 야당 건설을 위한 재창당 수준의 야권 리모델링도 심도 있게 고려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당 지도부는 ‘보수통합’ 의지도 드러내고 있는데, 이는 바른미래당을 겨냥한 것으로 21대 총선을 앞두고 가능성이 제기되는 야권발 정계개편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친박계 의원들이 복당파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의 보수통합 구상에 반발하는 분위기로, 김태흠 의원(충남 보령·서천 재선)은 “보수대통합에 공감하지만 시기적인 측면에서 신중해야 한다. 우리 내부 정리가 우선이고, 그 다음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한편, 한국당은 전국 17개 시·도당 위원장의 임기가 대부분 만료된 만큼 내달 5일까지 시·도 조직 정비를 완료할 방침이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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