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봉 예산군수가 민선 6기를 막 출범시킨 후 군 조직이 제법 안정을 찾아가고 있을 무렵 기자와의 면담 자리에서 문득 ‘군수도 돈이 있어야 하는 거여’라고 했다. 처음에는 갑자기 무슨 돈타령이냐며 쌩뚱맞게 들렸지만 금 새 그 말뜻을 알아 챌 수 있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도지사의 인사명령에 따라 부임한 관선군수는 사실상 크게 돈 걱정을 하지 않았다. 도나 국가에서 내려주는 교부금을 갖고 한 해 계획된 사업을 무리 없이 마무리만 잘하면 됐었다. 다시 말해 임기 동안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정년은 보장됐던 시절이다. 그렇다고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군민의 표에 의해 결정지어지는 민선군수는 그리 쉬운 자리가 아니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부임은 했지만 군민들 세금(지방세)만으로는 공무원 월급주기에도 빠듯한 재정으로 군민들의 만족도를 높여주기에는 많은 돈이 필요했기에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싶다.

민선 이후 전국 자치단체마다 국비확보 전쟁이 장난이 아니다. 심지어 어느 지자체는 전담부서를 신설해 서울과 세종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해놓고 허구한 날 돈줄이 연결된 중앙부처를 문턱이 달도록 드나들기도 한다.

황선봉 군수는 본인이 직접 뛰어다닌다. 누구를 못 믿어서가 아니다. 그이만의 전략적 노하우를 믿기 때문이다. 황 군수가 부임 첫 해인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만 4년 동안 중앙정부로부터 얻어온 국·도비는 9303억 원이다. 덩달아 예산군 재정규모도 한해 평균 9.1%씩의 신장률을 보이면서 지난 2016년도 예산군의 1년 총예산액이 충남도내 군 단위에서는 사실상 첫 번째로 6000억 원대를 넘어섰다.

민선 7기를 막 시작한 황 군수는 지금 제법 부자 군수가 됐다. 대부분 지자체가 그렇듯 3회 추경을 겸한 정리추경아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올 예산 총액이 66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돼 작년에 비해 9% 이상의 신장은 무난할 것으로 보여 군수 노릇 제대로 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 놓은 셈인 것이다.

황 군수가 기회 있을 때마다 간부 공무원에게 강조하고 있는 국비확보 비법은 “전쟁터에서 먼저 보고 먼저 쏴야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처럼 총성 없는 국비확보 전쟁에서도 눈 크게 뜨고 미리 챙겨야 내가 먹을 떡이 있는 법”이라는 것이다.

예산=이회윤 기자 leehoiyu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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