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움’ 깨닫는 과정…스피치
인생은 매 순간이 시험대의 연속
치열한 사회 말하기 능력은 필수
목소리·발음·제스처 맞아야 진가

▲ 이병배 둔산스피치원장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없는 지식은 의미가 없다. ‘아는 것이 힘’이라곤 하나 그 지식을 그저 자신이 아는 것에만 그치면 무용지물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과의 대화가 실종됐다는 한탄이 나오는 오늘날,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쓰인다는 언어를 효율적이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스피치 능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는 10일 수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학입학전형을 치르게 될 고3 수험생은 물론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말하기 비법, 스피치의 모든 것을 해부해본다. 편집자

#. 대화 없는 세상, 홀로 남겨진 사람

옛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말만큼 우리 생활에 친숙한 것도, 중요한 것도 없다는 얘기인데 사실 오늘에 와선 말의 힘이 스스로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교실의 학생들은 학업에 치이고, 나를 돌아볼 겨를 없이 직장을 무대로 각박한 일상에만 매몰된 현대인에게 말이 힘을 가질 수 있을 때라 해봐야 면접 등 무언가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순간이어서다. 어쩌면 최근 들어 조명받고 있는 스피치 교육은 이런 갑갑한 현실을 타개하고자 탄생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역에선 일찍이 말하고 생각하는 기술, 스피치에 주목한 이가 있다.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지역에서 웅변학원을 경영하며 스피치의 중요성을 설파해 온 이병배 둔산스피치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성장기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삶의 향방을 결정하는 데 말하기 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신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훌륭한 스피치는 어린 시절 말하기 연습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믿는 이 원장의 굳은 의지이자 대화가 단절된 사회, 개인주의화(化) 된 우리네 딱딱한 세상의 풍토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서도 엿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언어는 쓰지 않을 도리가 없는데 요즘 어린 친구들 사이 의사소통은 말, 언어가 아닌 문자나 메신저를 통한 소극적 소통”이라며 “학업에서의 영어나 제2, 제3외국어 등 학문적 언어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데 정작 이 땅에 살면서 평생 써야하는 우리말을 어떻게 잘 습득하고 전달하는 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고 씁쓸해했다.

성인이 돼서도 언어는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환경에서 살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에게 그런 의미에서 스피치는 반드시 갖춰야 할 중요한 경쟁력의 요소이기도 하다. 습관이 무섭다는 말처럼 말하기 역시 꾸준한 노력이 바탕이 돼야만 빛을 발휘할 수 있는 건 당연지사다.

이 원장은 “입을 통하는 언어, 말이라는 건 단순한 지식의 전달 개념을 넘어선다”며 “말 속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인품이나 성격, 가치관, 개성이 드러나기 마련이기 때문에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말하기 습관을 갖는지에 따라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인생은 매 순간이 시험대”

사람은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시험의 문턱에 서게 된다. 단순히 학생들이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치르는 학업시험이나 대입 수시를 앞둔 면접, 취업준비생의 입사 면접 등 누군가에게 자신을 알려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하루 종일, 매 순간 면접을 치르는 셈인데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나름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스피치 능력을 갖추는 일은 필수다. 이 원장은 “언어는 단순히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나누며 쌓아가는 인간관계 속에서 서로의 감정과 사고를 느끼는 수단”이라며 “특히 나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수많은 면접에서 스피치 능력은 내 얘기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무기가 된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인생의 면접을 성공적으로 통과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 걸까.

이 원장은 그 비결을 ‘듣는 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에서 찾는다. 역지사지에서 고민해 청자(聽者)로 하여금 나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했다면 일단 반은 성공한 거다. 이 원장은 “요즘 대학입시나 회사 면접 담당자들 사이에선 면접 대상자들이 하도 특색이 없어서 ‘자기소개서만 봐도 몽타주를 그릴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라며 “면접을 비롯해 의사소통 과정에서 내 얘기만 할 순 없으나 청자가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 지에 대해 고민해보고 그들과 대화한다는 느낌으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말하기의 키워드(Key Word)

사람과의 소통에 있어서 목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첫 인상과 맞물려 목소리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여기에 자신감이 보태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그러나 목소리는 타고나는 것이기에 사람마다 가진 특성이 다르다.

이 원장이 “목소리에 자신감이 없으면 말끝을 흐리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결국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전달할 수 없다”며 “말하기에도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 건 그런 이유에서다. 분명한 발음도 필수적이다. 대개 발음이 분명한 사람을 꼽으라면 아나운서나 성우, 오페라 가수를 떠올리는 데 그들이 좋은 발음을 가질 수 있었던 건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자신의 부족함을 깊이 고민했기 때문이다. 반복 숙달의 결과인 것이다. 스피치 교육에 있어서 연습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이 원장은 “많은 이들이 말하기라고 하면 학원 등 전문 기관을 찾기 마련인데 사실 관심만 있으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훈련할 수 있다”며 “발음도 스피치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인 만큼 평소 책 한권이라도 또박또박 읽는 습관을 들여가면서 천 번, 만 번 연습하면 결국 바뀌게 돼 있다”고 말했다.

말하는 것은 입으로 하는 것이지만 이를 부연해주는 건 역시나 몸짓, 신체적 언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첫 인상이라는데 누군가의 말처럼 ‘3초의 승부’를 결정짓는 건 입이 아닌 행동이다. 의사소통에서 목소리, 발음에 이어 신체적 언어의 활용이 적절히 이뤄졌을 때라야 비로소 스피치의 진가가 발휘된다.

이 원장은 “자기 느낌을 전하는 것은 글과 말을 떠나서 표정, 제스처, 눈빛 등 신체적 언어인데 대화 화법에도 있듯 ‘두 번 말하고 세 번 끄덕이라’는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며 “사람을 만날 때 상대방은 내가 들어와서 인사말하고 자리 앉는 것부터 끝나고 인사하며 나갈 때까지 다 치켜보고 있다”고 훈수했다.

#. 스피치는 ‘나다움’을 깨닫는 과정

말은 입을 통해 나온다. 그러나 말은 단순히 언어의 영역에 그치지 않는다. 말하는 이의 인격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같은 말을 해도 상대의 비위를 건드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뜨끔한 말이라도 유연하게 응수하며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이가 있다.

결국 그 차이는 스피치 능력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갈린다. 입으로 말해서 귀로 듣는 1차적 언어, 입에서 가슴으로 전달되는 2차적 언어, 가슴과 가슴으로 전달하는 3차적 언어의 기술은 스피치 교육을 통해 완성된다. 이 원장이 나를 표현하고 그 과정에서 나다움을 깨우치는 스피치를 포기않고 있는 연유다.

그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후회하며 살고 나도 내일은 살아보지 않아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른다”며 “그런데 삶이란 말로 시작해 말로 끝을 맺는 것인 만큼 현대인들이 말하기의 중요성을 인식해서 한 번쯤은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부족한 걸 채웠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어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했던 과거와 달리 열심히 노력하는 것 가지고는 부족한 오늘날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을 열어가기 어렵다고 푸념하는 청춘들에게 스피치는 어쩌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천천히, 또박또박, 자신 있게’라는 스피치의 키워드에서 인생의 성공 비법을 깨우치라”고 힘줘 말했다.

글=이준섭 기자 ljs@ggilbo.com·사진=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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