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요리의 모든 것을 파헤치다 4편

무사카(Moussaka)

케잌인 줄 알고 그림을 보고 덥석 주문했다. 좀 천천히 시켜도 서양에서는 하나도 불편해하지 않더라만 이방인은 쫄아서 언제나 대강시킨다. 그 덕에 참 많은 예기치 못한 요리들을 많이 만나봤다. 보이는 것은 껍데기일 뿐 그 요리는 예상과 완전히 다른 적이 항상이었다.

누가 봐도 케잌인 무사카는 케익과 상관도 없는 음식이었다. 일단 3단으로 돼있는 요리의 맨 밑은 가지였다. 가지를 얇게 저며서 올리브유에 튀겨낸 후 바닥에 깐다. 그 위에 양고기를 잘게다져 토마토, 마늘, 양파를 오래도록 끓인 퓨레에 볶아서 올린다. 마지막은 화이트소스 중 그 향이 그윽하기로 유명한 베샤멜소스를 올려준다. 우유를 베이스로 한 소스는 약간의 밀가루와 달걀과 섞어 뚜껑 역할을 할 것이다.

이렇게 이미 조리 된 재료를 담아서 오븐에 넣은 후 베샤멜소스가 노릇해 질 때까지 구워서 한 김 빼고 대접한다. 식혀서 내는 이유는 모양이 흐트러지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이름 또한 식혀먹는 요리라는 뜻이다. 포크나 수저로 위부터 아래까지 깊게 잘라서 한입에 넣으면 그 어우러짐은 케잌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감탄사가 나온다.

맛좋은 무사카는 그리스 여행의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준은 내 입일 뿐이다. 나는 무사카와 함께 한 식탁을 자주 만들었다.

사가나키

사가나키는 치즈를 구워서 다양한 야채 위에 올리고 와인베이스의 드레싱을 뿌려준 전체요리였다. 이번엔 추천을 받아서 시켰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보고 감동한 딸의 요구로 쟈킨토스 섬에 들어와 간만에 비싸 보이는 식당에 들어왔다. 일단 연장이 여섯 개가 넘어가면 나는 비싼 식당이라고 여기곤 한다.

기존의 마을식당인 타베르나에 비하면 0이 한개 더 있는 가격이어서 기분이 유쾌하지 않으나 그래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니 들어온 김에 맛난 요리를 먹자는 게 나의 계획이었다. 그릭샐러드는 언제나 훌륭하지만 이번만큼은 추천 속에 사가나키 샐러드를 시켰다. 다양한 야채 위에 구워서 쫄깃해진 치즈를 올리고 견과류를 얹어서 내온 음식은 썩 입에 맞는다. 보통 페타치즈는 맛이 없다 느꼈었는데 구워나온 페타는 꽤 맛좋았다.

사가나키는 이렇게 치즈만으로 나오지만 새우, 양고기 등을 조린 후 그 위에 구운 치즈를 올려 오븐에서 다시 조리한 뒤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새우 사가나키나 양 사가나키는 샐러드의 맛과는 사뭇 달라 사가나키를 시킬 때는 샐러드 또는 치즈만 구워 살짝 야채 가니쉬를 얹은 요리를 추천하고 싶다. 페타치즈의 황홀한 변신이 만족스러운 요리였다.

·사진=김기옥 님(협동조합 사유담(史遊談))

정리=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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