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어려운 장마의 모습, 대비철저해야

‘가을비는 장인의 나룻 밑에서도 긋는다’는 속담이 있다. 가을비는 장인의 턱수염 아래서도 비를 피할 수 있을 만큼 길지도 많지도 않다는 뜻으로 그만큼 가을비는 잠깐 오다가 그친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 내렸던 비는 다시 여름장마가 다시 시작된 것만 같이 많은 비를 뿌리고 지나갔다.

장마는 여름철 우리나라에 오랜 기간 많은 비를 내리는 주요 강수 현상으로 동아시아 몬순(계절풍) 시스템의 일부다. 여름철엔 남쪽의 온난습윤한 열대성 기단과 북쪽의 한대성 기단이 만나 형성되는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전선이 걸쳐 있는 지역엔 강한 남서풍에 따라 습윤한 공기의 유입량이 증가하고 장기간 많은 양의 비가 내리게 되는데 이를 우리나라에선 장마, 중국은 메이유, 일본은 바이유라고 부른다.

최근 30년간 기후평균으로 보면 장마는 6월 19일경부터 제주도에서 시작, 23일경엔 남부지방, 24일경엔 중부지방에서 장마가 시작된다. 이후 약 32일 간 지속되다가 장마전선이 한반도 북쪽으로 북상하는 7월 25일경 종료된다. 이후 우리나라는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 하에 강수 휴지기에 놓이게 되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한반도 북쪽으로 북상하면서 약해졌던 정체전선은 8월 중순 이후로 다시 강화되면서 남하하게 되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9월 중순까지 흔히 가을장마로 불리는 2차 우기가 나타난다.

대륙성 기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메이유, 해양성 기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바이유와 달리 우리나라의 장마는 대륙성 기단과 해양성 기단의 영향을 모두 받기 때문에 더욱 복잡한 특성을 보여 변동성이 매우 크다.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짧았던 장마로 기록된 올해만 되돌아 보더라도 이례적으로 티벳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해 장마전선이 일찍 북상하면서 여름장마가 빠르게 종료된 후 8월 중반까지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졌다. 그리고는 8월 후반에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서 많은 양의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국지적으로 강한 비와 함께 전국에 많은 비가 내렸다.

또 장마는 엘니뇨와 라니냐와 같은 장주기 기후시스템과도 상호작용해 장마 및 2차 우기의 시작과 종료 시기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동태평양 엘니뇨가 발달하면 6~7월, 9~10월의 강수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11~12월의 강수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대로 라니냐 시기엔 9월 강수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12월엔 강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이외에도 장마는 유라시아 대륙 눈덮임, 전지구 원격상관, 북극진동 등 다양한 기후시스템과 연관돼 나타나 예측이 어렵다.

최근엔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현상으로 장마의 모습도 바뀌어 가고 있는 추세다. 1990년대 중반이후로 장마의 종료시점 및 2차 우기의 시작과 종료 시점이 빨라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장마와 2차 우기 사이에 존재했던 상대적인 건조기가 짧아지고 두 강수의 세기가 비슷해지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즉, 가을비도 여름장맛비처럼 충분히 많은 강수를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장마의 모습에 따라 여름철뿐만 아니라 항상 장마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기상청에선 매년 장마가 끝나고 난 후 장마의 특성을 분석해 발표하고 있으며 이와 연관된 장기적인 날씨예측과 함께 엘니뇨·라니냐 전망까지도 함께 분석해 장마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대전지방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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