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인구 주는데 필요인구는 늘며 심각 상태

지난달 태풍 ‘솔릭’은 대전·세종·충남에 큰 피해 없이 소멸했지만 긴장 상태가 지속됐던 탓에 혈액재고가 급감해 지역 내 혈액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 대전·세종·충남혈액원은 태풍의 영향으로 각 학교가 휴업하고 주말까지 겹쳐 혈액재고가 급감했다며 헌혈 참여를 호소하기도 했다. 적혈구제제 보유현황의 비수기라고 하는 겨울이나 긴 연휴 등의 장기적인 혈액수급의 어려움이 원인이 아닌 날씨 등 단기적인 원인에도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저출산으로 헌혈인구는 급감하면서 고령화로 헌혈 필요인구는 늘게 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정착될 수밖에 없다. 빨간불이 들어온 지역 혈액수급의 현재 상황을 진단한다. 편집자

저출산·고령화는 사회 전반적인 문제다. 혈액수급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보편적으로 학교나 군부대에서 이뤄지는 단체헌혈이 많은 국내 헌혈수급 구조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취약하다. 헌혈하는 청년층 인구는 줄고 있는데 혈액이 필요한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단순계산을 해봐도 타산이 맞지 않는다.

대전·세종·충남혈액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연령별 헌혈자 점유율의 75%가 10~20대다. 연령별 헌혈자 점유율은 지난 3년간 큰 변화 없이 10~20대에 집중돼 있다. 만일 이대로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가 늘지 않는다면 10~20대 헌혈 참여가 10%만 감소해도 당장 2년 뒤인 2022년부터 혈액 부족이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청소년, 청년 헌혈자가 감소 추세에 있다는 데 있다. 지난 2015년 20만 58명이었던 10~20대 헌혈인구는 2017년에는 18만 2442명으로 줄었다. 2015년 대비 8.8% 감소한 수준이다. 전국적으로는 더 큰 폭으로 감소해 2015년 221만 4359명이, 2017년에는 193만 1531명으로 줄어 12.7% 감소했다. 전체적인 헌혈인구도 줄었다. 지역의 헌혈율은 전국 헌혈율보다 1% 이상 상회하고 있지만 이 역시 지난 2015년 6.5%에서 6.2% 줄었다.

청년층에 집중돼 있는 헌혈수급 구조는 학생들의 휴식기간이 곧 비수기로 나타난다. 방학, 시험기간, 여름휴가, 명절만 되면 혈액수급에 비상이 걸리는 거다. 주 5일 근무, 52시간 근무제, 대체연휴 등이 확산되고 있는 단기적 요인도 점차 많아지며 혈액재고 불안은 점차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혈액사용량은 점차 늘고 있다. 적혈구제제, PLT, A-PLT, 혈장제제로 나뉘는 혈액공급은 종류를 막론하고 증가하고 있다. 1월부터 8월까지 최근 3년간 같은 기간 혈액공급 현황을 보면 지난 2015년 대비 혈액사용은 2016년 15만 5156건에서 2017년 16만 2549건, 올해 16만 6643건으로 나타났다. 2016년 대비 7.5%, 지난해 대비 2.5% 상승한 추이다.
혈액원 관계자는 “고령화가 지속되고 환경적인 요인 등으로 암이나 백혈병 등의 질환도 증가하면서 혈소판 사용량이 증가추세”라며 “저출산에 따른 헌혈에 대한 관심 증대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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