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요리의 모든 것을 파헤치다 4편

그릭 요거트

요거트를 안 먹어본 것도 아니고 새삼 설렐 것은 무엇인가. 익숙하고 좋아하는 음식에 다시 반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그 유명하다는 그릭 요거트를 그리스 본토에서 만났다. 호텔에서도, 거리에서도 그릭 요거트는 그리스 생활의 기본이라 할 만큼 흔했다. 그래서 나도 한입 먹어봤다. 일단 꾸덕한 바디는 농축된 요거트 맛이 난다. 그 고소함은 치즈를 먹는 듯한 느낌도 준다. 양젖을 끓여 수분을 날린 후 만들기도 하고 요거트를 만든 후에 면보에 걸러 수분과 유청을 빼내기도 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만들어봤지만 그릭 요거트 느낌은 나도 진한 맛은 따라갈 수 없었다.

아침마다 그릭 요거트를 잔뜩 퍼서 의식하듯 4일 째 먹으려하니 호텔마마는 싱긋 웃으며 꿀과 과일 절임을 넣어보라고 권했다. 하긴 심하게 되직한 날에는 컥컥되려다 간신히 참고 눈이 빨개져서 히죽 웃는 머리 검은 아줌마가 안쓰럽기는 했을 것이다.

꿀을 넣어 꾸덕함이 사라지고 살짝 윤기를 내뿜으면 그 맛은 또 다른 세계가 된다. 이때부터 그릭 요거트 사랑이 시작됐다고 본다. 다음날은 꿀에 재운 포도를 듬뿍 넣어서 먹어본다. 껍질을 까서 부드럽고 꿀 속에서 수분을 내놓아 젤리처럼 쫄깃한 포도는 그릭 요거트에 살을 입혀준다. 다음날은 호두와 피스타치오 같은 건과일을 넣어서 먹어본다. 그 담백하고 고소한 맛은 또 다른 선물 같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생과일과의 섞음은 의외로 많이 익숙한 그 맛이었다. 한국에서 많이 접한 버전이라서 그랬던 듯싶다. 이렇게 먹는 양도적은 나는 한 달가까이 식사량의 70%를 그릭 요거트로 채웠다. 그 결과 현란한 장운동과 함께 그간 집나간 줄 알았던 턱선과 조우하게 됐다.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온갖 방법으로 요거트를 사고 거르고 만들어 봤지만 그 맛을 찾을 순 없었다. 급기야 나는 그나마도 즐겼던 요거트를 끊었고 동시에 심해 깊숙한 곳으로 날렵함은 사라져 버렸다. 혀는 가장 이기적인 신체였다. 한 번 경험한 맛을 끝없이 기억하고 그 이상의 것을 요구했다. 내 생에 먹거리 때문에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엄청난 상황이 발생했다. 그릭 요거트 때문에 다시 그곳에 가고 싶은 배고픈 날이다.

그리스 꿀

집에 설탕이 없을 만큼 단맛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찾아온 신기한 당분은 그리스 꿀이었다. 그리스 여행 책자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선물 품목이 꿀이다. 짐도 무거운데 꿀단지를 들고 오는 건 분명 이유가 있다. 골뱅이처럼 생긴 꿀 스푼으로 도르르 말아 올려서 빵에도 발라먹고 요거트에도 넣어먹는 꿀은 엄청난 향을 가지고 있다. 첫맛은 진한데 목 넘김이 컬컬하지 않은 꿀이었다. 기분 나쁘지 않은 꽃향기가 잔향으로 남는 그리스 꿀은 지역마다 상품이 다르고 향도 되직함도 다르다. 나는 귀가 얇아서 가장 유명하다는 아띠끼 꿀을 선택했다. 백리향 꽃의 진액을 모아 만들었다는 아띠끼는 꿀이 거기서 거기라는 편견을 말끔히 접게 한다. 그릭 요거트와 단짝인 그리스 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리스 요리였다. 여러 병 사왔던 것 같은데 모두 선물하고 나는 그리움만 먹고 있다. 이렇게 여행은 혀끝으로 오기도 한다.

·사진=김기옥 님(협동조합 사유담(史遊談))

정리=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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