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위기 수준 ‘관심’에서 ‘주의’로
선별진료소 운영 등 지역 의료계 분주

3년여 만에 국내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10일 충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메르스 의심환자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국내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확진자가 3년여 만에 다시 발생하면서 2차 감염자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다.

쿠웨이트 방문 후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를 거쳐 입국한 이 모(61) 씨가 지난 8일 메르스 의심증상으로 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으로 판정되면서다. 확진자는 1명 뿐, 아직까지 밀접접촉자인 21명에게서 메르스 등의 특이 증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정부는 3년 전의 악몽을 재현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관련기사 3면·6면

정부는 지난 9일 메르스 확진자 발생에 따른 감염병 위기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하고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설치했다. 또 질병관리본부장 주재로 시·도 보건국장 대상 메르스 관련 대응 추진상황 및 향후 대처 방안을 논의하는 영상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10일엔 행정안전부장관 주재 시·도 부단체장 대상 회의를 진행하는 등 초기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거주지에 독립적 공간(개인 방)이 있는 이들의 경우엔 자가 격리를 안내하고 있으며 자가 격리가 불가능한 접촉자의 경우엔 시설격리 등을 하며 역학조사와 증상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 지자체와 함께 3년여 만에 다시 찾아온 메르스로 인해 지역 의료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충남대병원 등은 병원 내에 안내 영상을 통해 메르스 질병에 대해 대내적으로 알리는 데 더해 병원 입구에도 메르스 의심환자 안내 표지판 등을 세워 별도로 안내하고 있다.

2차 감염에 대한 가능성을 일체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미 지역 내 병원에선 메르스 확진자 판정 직후 바로 선별진료소를 따로 설치하는 등 빈틈없는 대처에 힘쓰고 있다. 대전 A 병원 관계자는 “3년 전 메르스로 인해 지역 모든 병원이 뒤집어진 아픈 기억이 있다”면서 “이미 경험이 있는 만큼 메르스의 치명적인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초기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확진 판정 후 재빠르게 감염병 대응 매뉴얼에 따라 메르스 환자를 입원격리 조치했다. 또 밀접접촉자들을 신속하게 파악해 자택이나 시설격리를 시키는 등 넓은 범위에서 방역망을 치면서 초기대응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정부의 메르스 대처가 과거 노무현정부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 초기대응방식과 오버랩되는 이유다. 2003년 당시 중국에서 사스가 번지자 국내 확진 환자가 나오기도 전에 노무현정부는 총리실 산하에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고건 총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전 세계에서 8400여 명이 사스에 감염되고 810여 명의 사망자가 속출한 반면 국내에선 환자가 단 3명만 나오고 사망자는 전무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반면 2015년 박근혜정부 때는 국내를 강타한 메르스에 ‘늑장대응’하며 전국적으로 경제·사회적 피해가 속출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2015년 메르스 창궐부터 종료 선언까지 전국적으로 186명의 환자가 발생, 이중 38명이 사망하며 치사율이 20.4%에 달했으며 1만 6000여 명이 격리 조처되는 등 메르스 포비아를 단단히 경험했다.

글·사진=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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