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1일 예산도서관으로 발령받아 교육장님께 첫 인사를 드리던 날 정성스레 쓴 ‘좋은 인연’이란 문구에 친필 사인이 담긴 책을 한 권 선물받았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올 컬러로 57편의 시와 60여 장의 사진이 담겨있는 ‘인연’이라는 심장근 시인 자신의 여섯 번째 시집이었다. 그중 ‘사랑가’라는 달달한 시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머릿속에 맨 돈다.

‘공세리 성당 붉은 배롱나무 위 하늘이/우리나라 하늘 중에서 제일 파랗다/네가 내 옆에 있을 때 그렇다!’

표지 및 내지에는 사진작가인 부인 최민옥 씨와 심 시인이 이곳저곳 국내외 주택가 골목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을 예사로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세밀한 관찰력과 예술적인 감성으로 찍은 사진들과 함께 시인의 일상과 자연을 마주한 심상을 엿볼 수 있는 시들이 담겨있어 저절로 나를 미소 짓게 한다.

‘꿈꿀 시간이다/오늘도 저 연두 잎에게 빚을 좀 져야겠다’ 간결하고 소박한 시어들을 사용하여 시와 사진이 어우러져 더욱 공감하게 되는 삶과 경험이 묻어나는 위트와 순수함, 세상을 대하는 따스한 시선이 묻어난 시들 중 ‘빚을 지다’라는 시다. 시집에는 중년에 접어든 내 삶을 되짚어 보며 문득문득 ‘채우고 남기고 비울 것들’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시의 밥이 풍성하게 차려져 있다. 심장근 시인은 어떤 자리에서든 어린아이의 장난기가 묻어난 천진한 웃음과 유머러스한 어법으로 많은 메시지를 남겨주신 교육자이다. 얼마 전 정년을 맞아 “교직생활의 긴 여정이 늘 꽃길이었고 만나는 돌밭의 돌들도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었다”라는 이임사를 끝으로 멋진 인생 2막을 새롭게 출발하셨다. 아마도 조만간에 누군가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시의 밥을 가득 담아 좋은 인연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오리라.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1983년 ‘현대시학’ 추천으로 등단하여 1989년 새벗 문학상에 동시가 당선되기도 한 심 시인은 제16회 정훈문학상 작품상에 선정된 ‘인연’ 이외에도 그동안 교단생활 틈틈이 써온 작품을 모아 발간한 ‘왼손잡이 부엉이’, ‘해와 달이 한 동굴에 살았을 때’. ‘우리가 하늘이다’, ‘선물’, ‘하루’ 등이 있다. 다독을 꿈꾸는 당신이라면 감수성을 자극하는 심장근 시인의 시집 읽기를 권한다. 아무 때나 꺼내 부담 없이 가볍게 들고 다니며 읽거나 짧은 시간 활용해 읽기에 좋을 만한 선물이 바로 시집이지 않은가.

서은금(예산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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