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구에 태어난 이는 어느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음식을 먹고 잠을 자고 똥을 싸고'의 반복된 삶을 살다가 갔고, 또 살고 있다는 것은 결코 부정할 수가 없다. 사실 이런 요소들 중에서 음식문화는 잘 알려져 있는 편이지만 싸는 얘기와, 싸고 난 뒤의 뒤처리 얘기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이런 뒤처리 얘기를 기원 후 80년대의 로마를 한정해서 한 번 보자.

당시의 로마에서는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변소 내지는 배수구 비슷한 곳에 남녀 구별 없이 죽 앉아서 똥을 누었다 보니, 이렇게 똥을 누면서 서로 정치 얘기도 하고 잡담을 나누기도 하고, 함께 여러 가지 정보를 나누는 장소로, 심지어 더 나아가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까지 사용되었다. 큰 변소간에는 앉을 자리가 많은데, 많게는 50명이 죽 앉아서 볼일을 보았다고!

구린내가 심해서 상상만 해도 토할 것만 같다고 하지만 이들은 같은 공간에 앉아서 같은 구린내를 맡았다 보니 어쩜 별 문제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바깥에서 들어온 이들이 역겨운 구린내를 맡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들어온다는 자체가 똥을 누러 들어온 이들이었다 보니 그들도 금방 적응을 잘 했을 듯하다.

서로들 부끄럽고 참 쑥스러울 것 같은데 어떻게? 비유로 보자. 독일 뮌헨에 벌거벗고 거니는 남녀 나체공원이 있는데… 우리네 공중목욕탕을 생각하면 어쩜 그런 나체촌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우리네도 다 함께 벗고 목욕탕에 들어갔다 보니 서로 간에 별 문제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들의 변소간도 바로 우리네 공중 목욕탕 분위기였지 않았을까? 문제라면, 구별을 따로 하지 않고 남녀 함께 똥 눈다는 사실이 아닐는지.

한편으로는 똥 냄새도 냄새지만, 2000년 전에 분명 저 곳에 궁둥이를 얹어서 똥을 싸던 이들의 영혼들도 궁금하다. 지·수·화·풍으로 흩어졌다가(죽음), 다시 지·수·화·풍으로 뭉쳐서 다시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고 죽으면서 지금 이 지구에서 윤회를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 아님 그리스도교의 교리에 따라서 어떤 이들은 천국에서 행복을, 또 어떤 이들은 연옥 지옥에서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을까? 당시의 변소는 거의 2000년이 지나도 저렇게 남아서 보존되는데, 떠나가버린 사후 영혼문제도 살짝 엿보인다. 그들은 지금 우리들이 이런 세상에 살 거라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우리 역시 당장 300년 후의 미래인들의 삶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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