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는 시중은행, 예금은 저축은행이 유리

지난해 높은 예금금리와 저렴한 대출금리로 돌풍을 일으켰던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금리 경쟁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대출금리는 시중은행과 비슷하거나 높고 예금금리는 저축은행에 비해 낮았다. 1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케이뱅크의 신용대출금리는 5.63%다. 신한은행(4.37%), KB국민은행(4.1%), KEB하나은행(4.94%), 농협은행(3.93%), 우리은행(3.84%)의 평균 금리 4.24%에 비교하면 0.56%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점포가 필요 없어 낮은 대출금리 설정이 가능했던 지난해와 전혀 딴판이다.

카카오뱅크는 마이너스대출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높았다. 카카오뱅크의 마이너스대출 평균 금리는 4.22%로 KB국민은행(4.5%)을 제외한 나머지 시중은행을 웃돌았다. 케이뱅크 역시 4.17%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상 3.97%), 신한은행(3.76%) 보다 높은 금리를 보였다.

예금금리에서 두 인터넷전문은행은 저축은행과의 경쟁력에서도 밀리는 모습이다. 저축은행들이 올 들어 예금금리를 꾸준히 올려 현재 2.62%의 금리를 보이는 중이다. 연초(2.44%)와 비교하면 0.2%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특히 페퍼저축은행의 회전정기예금(비대면) 평균금리는 2.87%에 달했다. 반면 케이뱅크의 1년 만기 예금금리는 연 2.25%, 카카오뱅크는 연 2.2%로 저축은행보다 턱없이 낮은 금리를 나타냈다.

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이 지난해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며 금리 측면에서 시중은행보다 낮은 경쟁력을 보이는 이유는 자금 순환이 안 되고 있어서다. 출범 이후 상대적으로 금융권 후발주자였던 만큼 비교적 낮은 금리로 대출 등이 가능했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금융 수요가 대거 몰려 자금 회수가 원활하지 않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기존 시중은행이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과 인터넷전문은행을 겨냥하며 대출상품을 개선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금융사의 주 수입원인 이자 수익이 낮아지자 케이뱅크는 올 들어서만 10차례나 대출을 중단했고 이달 중 또 한 차례 대출을 중단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만을 기다릴 게 아니라 비대면만의 강점을 더욱 부각시키는 마케팅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자금조달에 숨통은 트이겠지만 현 시점에서 규제 완화가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란 확신은 많이 희석됐다”며 “규제 완화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아우르는 혁신적인 금융 플랫폼을 출시하는 등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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