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반석고 세번째 모의국회
갑질·비정규직·노사 대립 등
연극 통해 신랄하게 사회풍자

12일 대전반석고 강당에서 모의국회가 열려 학생들이 연극으로 우리 사회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이준섭 기자

역시 어른과 청소년들은 생각의 방법부터 달랐다. 12일 대전반석고등학교(교장 오세구)에서 열린 세 번째 모의국회 무대가 그랬다. 

얼마나 무거운 주제가 오갈지 고민했던 게 우스울 정도로 배경부터 신선했다. 이 곳의 국회는 서울 여의도가 아닌 바다 속 용왕의 나라였다. 

물밑의 세계에서도 그들 사회의 씁쓸한 분위기는 현실과 다르지 않았다. 용왕의 나라 대한선박의 경영자와 그 수하들, 우리네 소시민을 대변하는 토끼들의 애타는 삶 속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둘러싼 문제는 여전했고 금수저의 갑질, 첨예한 사용자-근로자 대립, 그로 인한 계층의 고착화는 하루빨리 해결해야할 고민이었다. 

웃음을 잊은 사회, 가진 자만이 풍족함을 누리는 현실 개선을 위해 용왕의 나라 국회에선 특단의 대책을 던졌다. 마치 한국 사회의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함께하는 노사정 대화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회적 대화법’이 그것이다. 노동자와 경영자의 신뢰, 투명함을 조건으로 공개되는 회의를 통해 논의된 결과에 양측은 최대한 존중해야만 한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복잡한 현실에선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이날 무대에서만큼은 이들이 바랐던 내일의 이상이 담긴 사회적 대화법은 해피엔딩을 맞았다. 

12일 대전반석고 강당에서 모의국회가 열려 학생들이 연극으로 우리 사회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이준섭 기자

그 어느 때보다 더웠다는 폭염을 이겨내고 50일 간의 대장정이 끝나자 학생들 얼굴엔 리허설이 끝나갈 때만 해도 강당을 가득 채웠던 열정 대신 시원섭섭한 아쉬움이 채워졌다. 그러나 후회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무대의 막이 내려질 때 모의국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학생들의 떠나갈 듯한 박수와 환호가 국회의 성공적인 회기종료를 알려줬기 때문이다.

서로 “우리 진짜 잘했다”, “고생했어, 얘들아”를 연발하는 동안 무대를 마무리한 학생들 사이 긴장의 끈을 내려놓듯 한숨을 내뱉던 신재용(18·총괄) 군은 “스물네 명의 친구들과 함께 한 지난 시간 ‘하나’의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었다”며 “무대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오늘 주제였던 건전한 노사관계를 위한 사회적 대화법에 대해 다른 학생들이 곱씹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웃어보였다.

무대를 올랐던 이들이나 이를 지켜본 학생 모두에게 이날 모의국회는 청소년이라고 사회 문제를 어른들의 세계에 묶어둬선 안 된다는 교훈을 던졌다. 무대에서 나오는 모든 의견들에 부정적이고 불량한 태도를 유지해 학생들의 야유(?)를 한 몸에 받았던 김여진(18) 양이 “모의국회를 준비하면서 새삼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게 왜 중요한지 알게 됐다”며 “화도 났고 때론 슬프기도 했는데 결국 이를 바꾸는 건 우리 모두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말한 건 그런 의미와 함께 아직 우리 사회가 내일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기엔 이르다는 걸 깨닫게 하기에 충분했다. 

오직 학생들의 손으로, 어른들의 도움 없이 훌륭한 모의국회를 만들어내자 선생님들도 뿌듯함을 가득 담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오 교장은 “바른 인성은 다양한 영역에서의 교육활동으로 가능한데 오늘 모의국회를 통해 학생들이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 좋은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이 전통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글·사진=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12일 대전반석고 강당에서 모의국회가 마무리 된 후 학생들이 꽃받침을 하며 밝게 웃고 있다. 이준섭 기자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