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애인 고용 업무협약
장애인 전문직 양성 지향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지난 7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과학기술분야 출연연의 장애인 고용 증진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가운데 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왼쪽)과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NST 제공

“문재인정부의 슬로건이 더불어 사는 세상인 만큼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이뤄내기 위해선 무리한 공약 지키기보단 점진적인 정책 이행이 필요합니다. 결국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공공기관과 동일한 장애인의무고용률을 적용 받아 장애인을 채용하게 된다면 출연연에서 근무할 준비가 안 된 장애인들도 연구원 입사 후 업무에서 배제되는 등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고 기존에 일하고 있는 연구원들의 불만도 커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 출연연에 근무하고 있는 A 씨의 고언이다. 정부의 장애인 고용 촉진이라는 좋은 취지로 시작된 정책이 오히려 현장에선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출연연은 급진적인 장애인 고용 촉진보단 출연연의 현실을 반영한 정책, 그리고 속도 조절이 수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장애인과 기존 연구원 모두를 위해서 말이다.

과학기술분야 25개 출연연을 지원·육성하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지난 7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과학기술분야 출연연의 장애인 고용 증진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공공기관의 장애인의무고용률에 맞춰야 한다는 초점보단 장애인이 출연연 내에서 원활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 기관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연구기관의 장애인 고용 현황 조사를 위해 현장방문을 실시, 이를 통해 장애인의 적합한 직무를 개발하고 장애인 편의시설 진단 및 맞춤훈련, 기관 내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 등의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B 출연연 관계자는 “출연연 내 장애인 고용을 위해선 장애인의 직무개발이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미국 로체스터공대엔 1100여 명의 청각장애인들로만 구성된 대학이 있다. 이미 대학때부터 동일한 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을 모아 교육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국내에도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직무개발을 통해 기존 연구원과 협업이 가능할 수 있게 하는 전문적인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라며 “현재로선 굳이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원 고용이 아니더라도 연구원이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보조업무 등을 담당할 수 있는 장애인을 채용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을 임시 비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아직까지 출연연에서 장애인을 채용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일종의 완충 지대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C 출연연 관계자는 “당장에 출연연이 주어진 장애인의무고용률을 채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장애인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로 인해 비정규직이 점차 사라져가는 가운데 육아휴직대체인력 등 유동성이 있는 자리에 장애인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면서 채용된 장애인도 출연연 업무가 본인에 맞는지, 출연연 또한 장애인 고용의 효력성에 대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다.

<끝>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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