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쏟아지는데”…발만 ‘동동’
노동강도↑ 20대 중심 기피현상 확산
잇따른 사망사고에 안전 위험 커져

“추석이라고 물량은 쏟아지는데 인원이 부족하면 별수 있나요 저라도 현장나가서 뛰어야죠.”

추석이 1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역 물류업계는 물량을 소화할 상하차 인력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만근 시 급여액이 270만 원 수준까지 개선됐지만 근무환경 열악, 노동 고강도 등의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하겠다는 사람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대전, 충북 등의 물류센터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 위험도 커지고 있어 물류업계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12일 물류센터에 따르면 올 추석을 앞두고 택배 물동량은 전년 대비 약 2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택배 등은 특별수송기간을 마련하고 콜센터 인원과 수송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상하차 인력 수급이다. 매해 명절이면 선물세트부터 과일, 채소, 쌀, 김치 등 물동량이 넘쳐나는데 상하차 인력이 대폭 줄면서 지역 물류업계는 한 숨을 쉬고 있다.

대전 물류센터에 인력 소개를 담당하는 A소개소 관계자는 “설·추석이면 인력난에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하루 물동량은 정해져 있는데 인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노동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위에서는 인원을 어떻게든 채우라고 하는데 하겠다는 사람은 없으니 소개소 직원들이 그 빈자리를 채울 때도 허다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몇 해 전만해도 택배 상하차는 별다른 스펙이나 경험이 없어도 누구나 지원할 수 있어 젊은층들 사이에서 단기알바로 인기를 끌었었다. 하지만 벌어들이는 것에 비해 노동강도가 고되다는 인식이 고착화되면서 20대들의 택배 상하차 기피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지역 A대학 박상현(26) 씨는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일명 ‘지옥 알바’로 통한다”며 “받은 급여가 그대로 병원비로 나갈정도로 노동강도가 강하다는 악평이 퍼지면서 차라리 돈을 적게 받더라도 카페, 편의점, 서빙알바 등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많다”이라고 귀띔했다.

충북 청주에 위치한 B소개서 관계자도 “최근 물류센터에서 20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일이 힘들고 갑질이 심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일을 하려는 젊은이들이 줄고 있다”며 “ 그 빈자리를 30~50대 고정직원이 채우고는 있지만 명절을 앞두고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다 업체 간에 경쟁도 심해져서 사람을 구하는 일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충북 옥천과 대전 대덕 물류센터 등에서 잇따른 근로자 사망사고로 상하차 일을 기피하는 현상은 더 짙어지는 분위기다. 지난 3일 충북 옥천 물류센터에서는 임시직으로 근무하던 50대 근로자가 숨지는 일이 있었고 지난달 16일에는 대덕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20대 아르바이트생이 감전돼 숨졌다.

C소개소 관계자는 “최근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사고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추석이라 상하차 인력이 더 필요한 상황인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택배업계는 안전대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CJ대한통운은 전기시설을 비롯한 안전시설을 재차 점검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작업 전 준비운동과 안전사항 숙지를 진행하는 한편 2시간 작업과 10분 휴식을 실시 중이다. 또 작업자의 건강에 이상이 있을 경우 별도의 휴식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으며 위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상비약을 마련하고 있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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