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관련 논란으로 거센 비난 시달리다 우울증까지 앓아

배우 정유미(왼쪽)과 故 장진영·김주혁 주연 영화 '청연'(2005)의 포스터.

 

  배우 정유미가 페미니즘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주연배우로 발탁된 이후 온갖 악플과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그녀가 처한 상황이 배우 고(故) 장진영의 사례와 판박이여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5년 당시, 당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승승장구하던 장진영은 영화 '청연'에 출연하면서 배우로서의 인생에 큰 위기를 겪었다. 
  영화 '청연'은 조선 최초의 여성비행사 박경원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로 '소름', '파파로티' 등을 연출한 윤종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영원한 제국'의 이인화 작가가 시나리오를 맡았다. 당시로서는 대작에 해당하는 12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고 상대 배우로 남자주인공에 김주혁, 조연으로 한지민, 유민 등이 출연하는 등 제작 준비단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여류비행사 박경원의 친일 행각이 불거지면서 모든 것이 일그러졌다. 
  영화 개봉과 동시에 박경원이 식민지배에 신음하는 조국의 사정을 외면하고 일제의 지원 아래 엘리트 여성으로 키워졌으며, 본인 스스로도 황군위문비행에 나서고, 일본을 위해 전쟁에 나서라고 청년들을 독려하는 등 반민족적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집중조명되며 주연인 장진영에게까지 책임추궁이 쏟아진 것이다.

  이 일로 영화 '청연'은 120억 원의 제작비를 쏟아붓고도 고작 50만의 관객에 그치는 등 흥행에 참패했고, 주연배우 장진영도 충무로를 대표하는 톱배우로서의 성장 동력을 모두 상실하고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장진영은 심각한 우울증을 앓게 돼 이후 2개월 동안 집 밖 출입을 포기하고 칩거에 들어갔고, 몇 년 뒤 위암이 발병해 지난 2009년 9월 38세의 젊은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공교롭게도 남자 주인공 김주혁마저 지난해 10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46세의 나이로 요절하면서 영화 '청연'은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아픈 영화'로 남게 됐다.

  이런 가운데 정유미가 주연을 맡은 '82년생 김지영'의 앞날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대한민국 여성으로서 겪게되는 온갖 차별과 사회적 부조리를 고발하는 영화지만 일각에서는 페미니즘적 시선에 경도돼 남녀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영화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제작도 들어가기 전에 네이버 영화평에서 평점 테러를 당하고 있고, 주연배우 정유미의 SNS에는 온갖 악플과 비난이 쏟아지는 등 부담감이 가중되고 있다.

  이로써 정유미는 배우 인생에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됐다. 출연을 강행할 경우 여성우월주의적 페미니스트 배우로 이미지가 고착화될 위험이 있고, 출연을 포기하자니 반대로 여성들로부터 비난이 예상되는 등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이제 선택은 온전히 정유미의 몫으로 남게 됐다.

  김재명 기자 lapa8@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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