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전고의 인문중심 소양교육 비결
생각하는 학생 만드는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
토론대회서 입상 결실도
인문학으로 꿈 키워나가는 교실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한 새 패러다임으로 인문 소양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정부가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인문학 진흥 5개년 기본 계획을 연이어 발표, 인문 소양을 갖춘 인재 양성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지역에서는 독서, 토론, 책 쓰기 교육을 확대해 2017년 독서 책 쓰기 선도학교, 2018년 인문 소양 교육 선도학교로 지정되며 인문학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곳이 있다.

인성 중심 인문 소양 교육으로 배움이 즐거운 학교, 삶을 풍요롭게 하는 따뜻한 학교 공동체 구현을 위해 뛰고 있는 서대전고등학교(교장 윤여규)다.

하크니스 테이블 수업 방식을 활용한 비경쟁 독서토론 책 대화 수업. 서대전고 제공

◆인문학 교육으로 따뜻한 사람 만들기

서대전고는 인재 양성의 방향을 인문학 교육에 맞추고 있다.

2016년 고교-대학 연계 독서토론 아카데미와 서원 독서토론 페스티벌, 지난해 창의 독서 책 쓰기 아카데미, 인문 철학 심포지엄, 도서 발간 책 쓰기 세미나 등 생각하는 삶과 성찰하는 삶을 화두로 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최하며 학생들의 관심을 고조시켰다.

올해 역시 소통·어울림·행복의 인문학 교실, 서원 인문 독서 아카데미, 창의 독서 in TED 등 가치 있는 삶과 소통하는 삶을 주제로 학생들이 사회 문제에 대한 인문학적 실천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 실시의 결과도 풍성하다.

올해 대전시교육청에서 주최한 제7회 대전학생토론마당을 비롯해 창의 독서 나눔 마당에서 학생들이 금상을 거머쥐었고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에서 마련한 대한민국 열린 토론 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는 등 탁월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3학년에 재학 중인 진인호 군은 “3년 동안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내가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나가는 소중한 주체라는 점을 깨달았다”며 “나와 이웃, 사회에 대해 성찰하는 뜻깊은 시간을 발판삼아 문헌정보학과 진학이라는 꿈을 갖게 됐다”고 흡족해했다.

‘스티브를 버리세요’의 저자 임헌우 교수 초청 서원 BOOK 콘서트. 서대전고 제공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독서토론 책 대화

지난 13일 찾은 서대전고 1학년 6반 교실. 6교시 국어 ‘문제를 해결하는 힘’ 단원에서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소설 ‘삶이냐 죽음이냐’를 주제로 수업이 진행됐다. 24명의 학생이 4개 모둠으로 나누어 앉아 책 대화에 빠져 있었다.

교사의 지시에 학생들은 인상적인 문장을 읽고 질문하면서 해결 방안을 탐색하고 ‘모둠별 책 대화 활동지’에 기록했다. 발표 시간엔 의견을 말하려는 학생들의 손 들기가 연신 이어졌다.

교사는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진행자 역할을 넘어서지 않았다. 다양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의견을 충분히 나누도록 유도했고 각 모둠의 학생들은 순서대로 나와 토론한 탐구 질문과 해결 방안을 발표했다. 발표가 끝나자 교사는 “우리 삶과 연관 지어 실제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 것이 인상적이다”라는 칭찬과 함께 “또 다른 해결 방안이 있을까”라고 질문을 끌어냈다.

서대전고에서 이런 협력 학습은 교사가 단원의 내용에 따라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거나 독서와 연계해 이뤄지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자기관리, 지식정보처리, 창의적 사고, 심미적 감성, 의사소통, 공동체 역량을 교과를 통해 키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대전고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핵심 역량을 길러주고자 ‘비경쟁 독서토론 책 대화’를 실시하고 있다. 비경쟁 독서토론 책 대화는 세계적인 명문 고등학교로 손꼽히는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Phillips Exeter Academy)에서 시행하는 하크니스 테이블(Harkness table)을 변용한 것인데 서대전고에서도 이젠 특색 있는 토론의 한 모델로 자리잡았다.

6~12명의 학생이 마주 보고 앉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로 자유롭게 토론과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비경쟁 독서토론 책 대화는 독서를 기반으로 토론과 글쓰기를 활발하게 유도하고 논리적 사고력,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수업에 참여했던 김태우 군은 “친구들과 의견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어서 토론 능력을 높일 수 있고 토론 후에는 직접 글을 작성해봄으로써 생각도 정리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책 내용과 삶을 연관 지어 생각하니 읽기가 재밌어진다”고 만족해했다.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제7회 대전학생토론마당에서 정상에 오른 이윤 군도 “책을 읽고 내용에 대한 의문점이나 탐구 주제를 정하는 과정에서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고 친구들과 원하는 주제를 두 가지 선택하여 같이 토론함으로써 서로 의견을 교환하니 책 내용도 훨씬 잘 이해된다”며 “이 같은 수업 방식이 대전학생토론마당에서 우승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힘줘 말했다.

◆읽고 쓰는 지식의 생산자, 성장하는 책 쓰기

서대전고는 교육과정과 연계한 책 읽기와 토론으로 다진 자신의 생각을 담아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하는 책 쓰기 교육을 운영 중이다.

책 쓰기는 학생 스스로 흥미와 적성, 진로 희망 등 일정한 주제를 정해 책 읽기, 자료 수집과 연구를 통해 도서를 집필하는 프로젝트 활동이다. 자신을 성찰하고 표현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학생이 작가가 돼 지식의 생산자 역할을 하도록 돕고 있다.

서대전고는 지난해 문학 수업에서 ‘문학 작품 재구성하기’를, 독서와 문법 수업에서 ‘진로 연계 나만의 책 쓰기’ 활동을 실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소년, 문학을 그리다(황규윤 외 19명 지음·이혜정 엮음)’라는 단행본 도서를 펴내기도 했다.

올해는 1학년 국어 수업에서 ‘한 학기 1권 모둠별 책 대화 활동’을 운영, 책 대화 내용을 도서로 연이어 출판할 계획이다. ‘소년, 문학을 그리다’의 대표 저자 2학년 황규윤 군은 “책 쓰는 즐거움을 알게 됐고 완성된 책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며 “창의 독서 책 쓰기 아카데미, 도서 출판 책 쓰기 세미나를 통해 책 쓰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고 나만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 또 다른 책으로 출판하고 싶다”고 뿌듯해했다.

학생들의 성장의 이를 지도하는 교사들의 기쁨도 배가 되고 있다. 이혜정 교사는 “자기 삶 돌아보기에 초점을 맞춰 학생들 스스로 어떻게 가치 있는 인생을 살 것인지 생각하고 이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데 교육 활동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책 쓰기를 비롯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는 값진 경험을 했고 10대의 삶을 응원하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윤 교장은 “서대전고의 인문 소양 교육은 인문학적 가치의 확산과 더불어 읽기, 말하기, 쓰기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학생들은 인문 소양 교육을 통해 인간다움을 읽고 쓰면서 지식의 생산자로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협력과 소통, 나눔의 인성을 함양하는 인문 소양 교육을 더욱 활발하게 펼쳐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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