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은 대전대화초 교사

항상 모이는 그 자리에 오늘도 아이들 여럿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다. 집에 안 가고 여기서 뭐하냐고 물어보면 형을 기다린다, 방과 후 수업을 기다린다 등 제각기 다른 이유로 계단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중간중간 비속어를 섞어가며 작은 화면을 쳐다보고 있다. 기다리는 동안 도서관에 가서 책이라도 읽고 있으면 좋으련만 아이들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있는 아이들은 가운데에 앉아 게임을 하고 스마트폰이 없거나 데이터가 부족한 아이들은 옆에 앉아서 손바닥만한 화면을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다. 전에 일반 학급을 맡았을 때 학급 회의 시간에 건의 사항으로 학교에 와이파이를 설치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학생이 떠올랐다. 그만큼 스마트폰은 우리 아이들의 삶 속으로 아주 깊숙이 들어와 있다.

비단 스마트폰 게임뿐만이 아니다. 요즘 교사들은 학생들의 무분별한 인터넷 비속어 사용 때문에 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정 성별을 혐오하는 용어들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거나, 성(性)적 비속어들을 남발하고 있다. 연령별 사용에 제한이 없는 유튜브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서 아이들은 폭력과 혐오의 표현들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학교에서 교사가 지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각종 언론 및 전문가들, 심지어는 스마트폰을 만든 장본인인 스티브 잡스조차 어린 아이들에게 미치는 스마트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자녀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스마트폰에 너무 어릴 때부터 노출돼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하는 아기도 고사리같은 손가락으로 마음에 드는 유튜브 동영상을 골라 누르는데, 이렇게 자란 아이들에게 초등학생, 중학생이 돼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라고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의 긍정적인 면도 있다. 멀리 떨어진 친구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음악을 듣거나 사진을 찍을 수도 있으며 숙제를 할 때 자료를 찾기에 이보다 편리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 미성년인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은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절제와 자제력을 길러야 할 시기에 자극적이고 즉흥적인 스마트폰 컨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보면 아이들의 뇌 발달에 문제가 생길 것은 자명하며 책을 멀리하게 돼 학업 능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최근 OECD의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의 ‘읽기’ 영역에서 우리나라의 순위가 10년 사이 급격히 하락했다고 한다. 교실에서만 봐도 국어 시간에 글쓰기를 해보면 부분별한 줄임말이나 은어들이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득보다 해가 많은 스마트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부모가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사정상 그럴 수가 없다면 통화만 가능한 휴대폰을 사주든지, 불건전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도록 잠금을 설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일과 중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거나 등교 시 일괄적으로 걷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바르고 건전한 사용 방법에 대해서도 꾸준히 지도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