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운의 우문우답] 본 받기와 따라 하기
  • 금강일보
  • 승인 2018.09.1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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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본 받기와 따라 하기는 언뜻 같은 말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뭔가 분명 다른 어감의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뭘까?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지기는 이미지는 본 받기의 경우 긍정적이지만 따라 하기는 다소 부정적이다. 본 받기는 내면적으로 충분히 이해하고 깨달아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의 장점을 닮고자 노력하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반면 따라 하기는 겉모습만 보고 그것이 장점인지, 단점인지, 유익한지, 유해한지도 제대로 헤아리지 않고 조건 없이 흉내 내는 것으로 부정적 이미지로 인식된다. 옳은 구분인지 모르겠으나 일단 그렇게 받아들여진다.

살다보면 분명 나보다 나은 사람을 접하게 된다. 학식도 풍부하고 인격도 고매해 가까이 가면 그가 뿜어내는 후광에 절로 기가 죽고 마는 경우가 있다. 그런 근엄한 존재가 아니더라도 주위 사람을 너무 편하게 해주고 늘 웃음으로 반겨주는 사람, 혹은 자신을 위한 일은 뒷전으로 하며 늘 남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본 받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는 점이다. 마음 속 깊이 우러나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고 그 긍정적인 모습을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을 본 받는다고 표현한다.

그 내면은 알지 못한 채 그저 화려한 겉모습에 반해 그 모습을 모방하고 싶어 하는 것을 일컬어 따라 하기라고 한다. 따라하는 대상의 내면적 성숙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자신보다 우월하다고 느낄 때 무비판적으로 흉내 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따라 하기는 그 대상은 물론 주체도 겉모습에 주목한다. 따라 하기의 주체는 따라하는 것 자체가 즐거울 뿐 따라 하기가 주체인 자신에게 유익한지 여부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즐거움에 주목할 뿐이다.

본 받고 싶은 사람이 많은 사회는 참으로 훌륭한 사회이다. 인생의 좌표를 제시해주는 등대 같은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는 밝아지고 건전해지고 성숙한다. 본 받고 싶은 사람이 많은 사회는 발전지향적인 사회이고, 중심이 바로 서는 사회이다. 이에 반해 따라하고 싶은 사람이 많은 사회는 깊이가 없고, 즉흥적인데다 현실에만 급급해 미래지향적이지 못한 사회이다. 당장의 화려함에 현혹돼 표면적 모습만 지향하는 그런 사회는 좌표가 없어 늘 흔들리고 표류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물질적인 가치와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만 치중해 진정한 내면의 가치를 외면하는 세태가 날로 확산돼 가고 있다. 삶이 윤택해지고 생활이 편해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왠지 좌표도 없어 보이고 표류하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다수의 국민들은 비싸고 좋은 옷을 입고, 고급 승용차를 타고, 호화로운 주택에서 편하게 살고, 남이 부러워하는 학교에 진학하고, 수입이 많은 직장을 갖는 것에만 지나치게 삶의 가치를 두고 살아간다.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지도 않고 무작정 그런 외형을 따라가려 한다. 따라 하지 못하고 보방하지 못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진정 존경할 만한 사람을 찾아보기도 어렵고, 설령 주변에 그러한 분이 있어도 그런 삶을 본 받으려는 이들이 별로 없다. 따라하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정작 본받을 만한 사람에 대해서는 본받으려고 하지 않으니 불행하고 불안한 사회이다. 본 받을 만한 사람은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그런 삶에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본 받는 일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온통 따라 하는 일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눈에 띌 뿐 본 받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발전 지향적이지 못하다. 즉흥적이고 시야가 좁다.

존경할 가치가 있는 거룩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의외로 많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누군가를 본 받는 일에 관심이 없다. 내면적으로 보다 성숙하고 이타적인 인간으로 살아가는 일에는 당최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저 화려함만을 좇는다. 수치상으로 남을 앞서는 일에만 모든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걱정된다. 사회가 갈수록 겉모습만 좇는다. 젊은이들의 따라 하기 집착은 심각한 수준이다. 품격 있게 살아가는 것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고 따라 하기에만 모든 관심이 집중돼 있다. 물질만능주의의 자화상이다. 이 가을, 내가 진정 본받아야 할 인물과 삶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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