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와 자치구들이 만든 홍보 캐릭터가 쓰임새 없이 유명무실해졌다. 공식적으로 폐기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없어진 거나 다름이 없을 정도다. 세금을 들여 만든 캐릭터가 도시 브랜드 마케팅이라는 당초의 목적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대전시의 캐릭터는 ‘한꿈이’ 이다. 지난 1999년 전국 단위 공모를 통해 ‘과학과 미래’라는 대전의 이미지를 의인화한 어린왕자 캐릭터다. 한꿈이는 제작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버스카드, 홍보 책자, 시가 주최하는 행사 등 다방면에 활용됐다. 하지만 지금은 시민은 물론 공무원들에게까지도 가물가물해진 존재가 됐다.

이는 시가 활용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꿈이와 꿈돌이 등 캐릭터를 담당하는 부서조차 없고 활용계획도 없다.

5개 자치구의 경우도 중구를 제외하곤 별반 다르지 않다. 동구는 캐릭터가 없으며 서구는 다람쥐를 캐릭터화한 ‘서람이, 유성구는 유성온천을 의인화한 ’유성이‘가 있다. 대덕구는 지난 5월 자체 연구개발로 ’덕구‘를 만들었다. 그러나 쓰임새는 미미하다.

그나마 중구는 효뿌리축제 대표캐릭터인 '효도령과 효낭자’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다행이다. 중구의 효도령과 효낭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제1회 우리 동네 캐릭터 대상 공모에서 본선에 진출했다. 오는 10월 부산에서 열리는 ‘2018 우리 동네 캐릭터 축제’ 내 홍보부스를 설치하고, 11월 일본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도 참가해 구를 알릴 계획이다.

대전시와 다른 자치구들도 캐릭터를 방치하지 말고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의 홍보 캐릭터를 잘만 활용하면 구를 널리 알리고 경제적 효과도 크다는 사실을 잘 일깨워준 곳이 일본의 구마모토현이다. 구마모토현이 만든 캐릭터 ‘구마몬’이 작년 한해만 거둔 매출액은 무려 1조 4000억 원에 이른다.

구마몬은 곰을 뜻하는 일본에 ‘구마(熊)’와 사람이라는 의미의 이 지역 사투리 ‘몬’을 합쳐 만든 흑곰 캐릭터다. 구마모토현은 현 내의 개인이나 기업 모두 현의 허가만 받으면 무료로 구마몬 캐릭터를 사용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현 밖의 기업들도 유상으로 구마몬을 활용한 상품을 팔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지자체들도 캐릭터를 잘 활용하면 어마어마한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도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 대전시와 자치구들도 유명무실한 캐릭터를 활성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없어진 캐릭터 관리 부서를 만들고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를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은 창의적이고 지속적으로 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