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강사

이름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나타낸다. 그래서 이름은 그 사람의 대변자다. 옛 사람들은 이름을 더럽히는 것은 불명예요, 이름을 빛내는 것을 명예로 알았다. 옛 사람들은 이름 지키기를 목숨처럼 하였다. 그래서 이름은 그 사람의 또 하나의 목숨이었다. 옛 사람들은 이름을 신성시하였다. 그래서 함부로 사용하거나 부르지 않았다. 조선시대 양반들의 이름 관리법을 살펴보겠다.

▲ 본명은 함부로 부르거나 사용하지 않았다.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지을 때는 그냥 짓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사주에 맞춰 짓는다. 그러므로 이름자에는 그 사람의 운명이 담겨 잇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이름(본명)을 신성시하여 함부로 드러내거나 부르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여겼던 것이다. 그런 뜻에서 본명(本名)을 삼가고 꺼린다는 뜻의 휘(諱)라 하였다.

▲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아명(兒名)을 사용하였다. 태어날 때 지은 본명은 함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본명 대신 아명, 호, 자와 같은 별명을 지어 사용하였다. 혼인하기까지는 아이로 취급받아 본명대신 아명(兒名)을 지어 사용하였다. 어린이나 청소년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옛날에는 나이에 따른 일생의 구분을 아이와 어른으로 구분하였다. 아이는 19세까지로서 19세까지는 아명을 사용한 것이다. 옛 사람들은 아명(兒名)을 지을 때 그냥 짓는 게 아니라 꺼리를 가지고 지었다. 하나는 부모의 태몽이다. 그 예로 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은 용이 나타나는 태몽을 꾸고 나서 율곡을 낳았다 해서 율곡의 아명을 현용(見龍)이라고 지었다 한다.

또 의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아이들이 전염병이나 홍역, 천연두로 일찍 목숨을 잃었다. 옛날 사람들은 이것을 귀신의 작용으로 믿었다. 또한 이름이 고우면 귀신의 작용으로 오래 살지 못하거나 천하게 된다는 속설이 전해져 내려왔다. 그래서 이러한 악귀를 피하기 위해서 아명을 험하고 천한 이름으로 지었다고 한다. 이러한 옛 사람들의 천한 아명을 보면, 세종대왕의 아명은 막동(莫同), 황희 정승의 아명은 도야지, 고종 황제의 아명은 개똥이였다고 한다.

▲ 성인이 되어서는 자(字)나 호(號)를 사용하였다. 옛날에는 성인 즉 어른이 되는 것은 남자는 20세부터이고, 여자는 16세부터로 그 이전은 아이였다. 어른이 되면 성년식을 치르는데 이 때 남자는 관례라고 해서 아이 때의 댕기머리를 풀어 상투를 틀고 갓을 썼으며, 여자는 계례라고 해서 쪽을 찌고 비녀를 꽂았다. 성년이 되면 혼인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스승이나 친구들로부터 자(字)나 호(號)를 받았다.

자(字)나 호(號)는 일종의 별명으로서 대체적으로 그 사람의 이름자와 비슷하게 짓거나 품성이나 취미, 인생관, 거주지 등을 반영해서 짓는다. 자(字)나 호(號)의 구별이 있는 것은 아니나 문인에게는 자와 호가 다 있지만 무인(武人)들에게는 자(字)만 있고 호(號)는 없는 것 같다. 몇몇 분들의 자(字)와 호(號)를 살펴보면, 이순신 장군의 자(字)는 여해(汝諧)이고 호는 없다. 조선시대 명필, 한호(韓濩)의 字는 경홍(景洪)이고 호는 석봉(石峯), 김정희 선생의 자는 추사(秋史), 완당(阮堂) 등으로 무려 50개나 된다. 이이(李珥) 선생의 자는 숙헌(叔獻) 호는 율곡(栗谷), 이황(李滉) 선생의 자는 경호(景浩) 호는 퇴계(退溪)이다. 대체로 옛 사람들의 본명보다는 호나 자가 더 알려졌음은 본명을 신성시해서 함부로 사용하거나 부르지 않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 죽은 뒤에는 나라에서 시호(諡號)를 내려준다. 나라의 공덕이 많은 신하나 학자들이 죽은 뒤에 그 생전의 공덕을 기리어 임금이 시호(諡號)를 내려 준다. 이순신의 시호는 충무(忠武)이다. 이이의 시호는 문성(文成)이고, 이황의 시호는 문순(文純)이다.

▲ 묘비에 고인의 이름자 앞에 휘(諱)를 쓴다. 묘비에 고인의 이름을 쓸 때 고인의 이름자 앞에 돌아가신 어른의 생전의 이름이라는 뜻으로 휘(諱)라고 쓰고 이름 두 글자를 쓴다. 예를 들어 고인의 이름이 吉童(길동)이라면 諱 吉童이라고 쓴다.

▲ 자기 부모나 윗사람의 성함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는 피휘(避諱)하여야 한다. 자기 부모의 성함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는 피휘(避諱)라고 해서 성씨는 그대로 놔두고 이름자 뒤에만 ‘자’자를 붙여서 말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서 자기 아버지 성함이 ‘홍길동’이라 하면 홍, 길자 동자라고 하여야 한다. 간혹 보면, 성씨 앞에도 자를 붙여서 홍자, 길자, 동자라고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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