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산학협력단장)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

 최근 논란인 자동차 BMW의 화재 원인으로 필자는 그간 바이패스 밸브 이상을 지목해왔다. 바이패스 밸브 사용조건을 결정하는 프로그램 문제일 가능성이 높고 이 때문에 바이패스 고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KBS와 유로5, 유로6 기준으로 인증받은 BMW 차량 두 대를 이용해 실 도로에서 주행하며 배출가스 양을 측정하는 펨스(PEMS)를 장착해 바이패스 밸브의 고장유무에 따른 EGR 온도, 질소산화물 배출량 등 다양한 테스트를 실시해봤다. 그 결과 유로6 질소산화물 허용기준치는 유로5보다 배 이상 강화됐고 과도하게 바이패스 밸브를 열어준 게 원인으로 판단됐다.

현재로썬 간단히 화재위험성을 제거하면서 유로6 기준을 만족시키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BMW에서 해결 방법이 없을 리 없다. 다만 늘 고려돼야 하는 게 비용 문제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고자 하는 이익을 추구하는 건 기업체의 당연한 생리기 때문이다.

이번 BMW 문제는 자동차관리법에 의거, 국토교통부가 담당하고 있다. 앞에서 필자가 언급한 대로 화재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가장 무식하고 단순한 방법은 바이패스 밸브를 닫아버리는 것이다. 화재 위험성이 사라진다. 문제는 질소산화물이 기준보다 2.5~8배까지 많이 발생하게 되고 연비도 10% 가량 떨어진다는 데 있다. 차주가 차량 성능에서 손해를 보고 환경부가 담당하는 배출가스에서도 큰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차량 인증 취소 및 판매금지까지 가능해진다는 것도 문제다. 폭스바겐 사태가 재연되는 셈이다. 폭스바겐 사태 발생 시 관련 규정이 부실했다고 한탄하면서 법 만들겠다고 큰소리치던 사람들이 다 뭘하고 있었는지 화가 치민다. 3년이 지나서 발생한 BMW 화재 사고에서도 당시와 동일한 신세 한탄과 규정 미비에 대해서만 얘기가 나온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 고칠 생각을 안 한 것이다.

필자가 이번 사태에 마주하면서 가장 힘든 건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밤샘 연구와 회의가 아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다른 교수들의 근거없는 비난이 가장 힘들다. ‘본인들이 더 전문가임에도 원인을 못 찾았는데 어떻게 필자가 그렇게 간단히 원인을 이야기 할 수 있냐’는 비웃음과 힐책이었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필자의 주장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이유를 밝혀 달라는 거다. 물론 필자 주장이 100% 옳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여러 나라의 전문가들에게 부탁해 크로스 체크를 하며 현재 갖고 있는 정보 안에서 가장 합리적인 결론이라고 확인된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도 필자 주장이 합리적이고 정확한 실험이라 인정한 마당에 아무 근거도 없이 그렇게 간단히 찾아질 문제가 아니라고 비난하는 그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만약 진짜 원인을 알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을 비난만 하며 조용히 지낸다면 직무유기라고 본다. 교수라는 이름으로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여러 혜택을 누리고 살아왔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최선을 다해 BMW와 정부기관을 압박하고 해답을 찾도록 종용하는 게 기본적인 양심이다. 만약 정확한 원인을 모르면서 앞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비난한다면 그것만큼 못난 처세가 어디 있을까.

필자가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제시한 BMW 화재 원인과 해결책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극단적으로 헛손질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름대로 원인을 찾고 언론을 통해 정부를 압박한 덕분에 초기에 10개월이 소요될 것이라던 예상이 12월 말로 결론 발표를 앞당기게 됐다. 최근 필자가 교통안전연구원과 의견을 교환한 후엔 시험 범위가 좁혀져 빠르면 내달 초 1차 결과를 발표하고 최종적으로 11월에 결론이 날 수도 있다고 한다. 필자는 이런 성과에 만족할 수 있다. 정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자본과 설비로부터 도출한 결과를 바탕으로 국토부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그로부터 전체 사건의 해결을 앞당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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