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이나 박탈감은 상대성을 갖는다. 모두가 가난할 때는 가난에 대한 고통이 크지 않다. 하지만 근거리에서 누군가 호의호식 하고 편하게 사는 것을 목격하면 가난에 대한 고통지수는 커진다.

박탈감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 누리고 있는 것을 나만 누리지 못할 때 참기 어려운 박탈감이 밀려온다. 그래서 박탈감이란 단어 앞에는 상투적으로 ‘상대적’이란 말이 따라 붙는다.

모두가 함께 누리지 못하던 시절에는 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상실감이나 박탈감이 덜하지만 누구나 누리는 상황에 홀로 누리지 못하면 그것은 큰 상실감과 박탈감으로 다가온다.

대전지역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한 무상급식 건은 시민들에게 상대적 상실감과 박탈감을 안길 수밖에 없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고교생들에 대한 무상급식이 현실화 된 마당에 대전은 차일피일만 하고 있다.

특히 인접한 세종과 충남, 충북 등 충청권 모든 지자체들이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대전은 아직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과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의 공통된 공약이기도 한 고교생 무상급식은 대전시가 내년부터 시행을 주장하고 있지만 대전시교육청이 시행 시점의 연기를 주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중학생에 대한 전면 무상급식도 타 지자체에 비해 늦어졌던 대전시가 고교생 무상급식까지 시행이 늦어지고 있으니 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상실감과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고교생 1인당 연간 급식비는 대략 100만 원 정도이다. 고교생 2명을 둔 가정이라면 연간 2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남들은 안 내도 되는 돈을 나는 내야할 때 불만은 생길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대전의 경우, 세종으로 거주를 옮기는 주민이 늘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다. 이런 마당에 대전에 산다는 이유로 다른 지자체에서는 부담하지 않아도 될 고교생의 무상급식비까지 내야하니 불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고교생 급식비는 물론이고 수험료까지 전액 지원하는 지자체도 있다. 이러한 경우와 비교하면 박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대전의 교육복지 수준은 전국의 타 지자체에 비해 형편없이 떨어진다.

대전이 빈곤하니 과감하게 시행하지 못하는 심정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모든 정책에서 앞서가기는커녕 매사 뒤처지기만 하니 두고 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박탈감이 날로 커진다.

매사 모든 복지에서 늘 뒤처지는 상황이 반복되니 대전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단번에 시행을 못하는 이유야 많겠지만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대전 고교생 무상급식은 당장 실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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