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로의 인구 유출에 선제적 대응해야
정기현 대전시의회 교육위원장

무상급식과 무상교복을 둘러싸고 대전시청과 시교육청 간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고교 무상급식에 있어선 시가 전면 실시를 주장하는 반면 교육청은 고3부터 단계적으로 하자는 입장이고, 유치원 무상급식은 교육청이 만 5세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는 입장인 데 반해 시청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또 중·고교 신입생 무상교복에 대해선 시가 모든 신입생에게 적용하자는 입장이고, 교육청은 전체의 약 12%에 해당하는 저소득층에게만 시행하자는 입장으로 엇갈린다.

하지만 양측의 실무협의를 거쳐 다소 입장 차이가 줄어들 가능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연간 고교 무상급식에 366억 원, 무상교복에 84억 원, 유치원 무상급식에 116억 원 등 총 566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급식의 질 개선을 위한 급식비 인상과 어린이집 무상급식 등은 별도로 예산이 부담된다. 이를 현재의 분담률을 기준으로 양 기관이 5050으로 할 경우 시와 교육청이 각각 283억 원+α씩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현재의 재정으로 무리가 아니냐, 다른 중요한 사업도 많은데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5년 연속 대전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으로 활동한 필자는 시와 교육청 예산의 형편을 볼 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로 이 예산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첫째, 대전시는 최근 5년간 지방채 발행을 거의하지 않고,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11.9%(광주는 19.5%)에 불과해 7대 특·광역시 중 재정건전성이 가장 좋은 편이다. 거기다 문재인정부 들어 세수·재정 확대 정책 등으로 지자체의 재정 여건이 많이 호전되고 있다.

둘째, 시교육청도 현 정부 들어 누리과정 예산(연간 550여억 원) 정부 부담 및 세수 증대로 재정 여건이 급격히 호전되며 올해 부채 상환에만 1272억 원을 집행했다.

셋째, 내년도 정부 예산이 9.7% 증가하며 이 가운데 전국적으로 지방교부세는 67000억 원, 지방교육재정은 6조 원 증가가 예정돼 있어 시와 교육청의 재정 여건은 더욱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넷째, 무상교육비는 해가 갈수록 학생 수가 줄어 연차적으로 부담이 오히려 경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다음과 같은 이유로 내년에 반드시 무상급식·무상교복이 전면 시행돼야 한다.

첫째, 대전의 교육복지는 대구·경북과 함께 전국에서 늘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동안 시장과 교육감의 정책 우선순위에 밀려있었다는 얘기다. 이제 그 불명예를 씻어야 한다.

둘째, 세종시로의 인구 유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교육복지가 하위에 머무는 사이 지난 5년간 대전 인구는 4만여 명이나 줄었다. 153만 명이 넘던 인구가 149만 명대로 감소했고, 세종시로의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주택 정책으로 인해 집값 싼 세종시로 이사를 했더니 아이 키우기도 좋은 곳이라는 인식이 퍼져 젊은 부모들의 이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처럼 교육복지에서 세종시가 앞서가고 대전시는 하위에 머물 경우 인구 유출이 가속화될 게 뻔하다. 이는 단순 교육복지 차원이 아니라 인구 정책 차원에서도 바라봐야 한다.

무상급식 등 무상교육·무상보육은 저출산시대에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이런저런 핑계로 단계별로 하자며 2~3년 늦게 할 거라면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해 선제적으로 실시하기를 강력 촉구한다. 시기를 놓칠 경우 돈은 돈대로 쓰고 인구 유출은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앞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가 경쟁력을 갖는 시대가 된다. 이러한 좋은 경쟁은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로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 교육복지 차원이면 2~3년 늦어도 큰 상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종시로의 인구 유출을 막는 효과를 기대한다면 늦춰선 안 된다. 교육청도 적극 나서야 하지만 인구 정책 측면에서 시가 좀 더 큰 모습으로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18일 교육행정협의회를 앞두고 있는 시와 교육청은 기왕에 단체장의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부디 사소한 문제로 시민들을 실망시키지 말고 대승적 자세로 실기(失期)하지 않는 큰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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