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요리의 모든 것을 파헤치다 5편

▲ 사진출처=위키피디아(Wikipedia)

돌마데스(Dolmades)

시골마을 타베르나(그리스 가정 식당)에 들르면 메뉴판이 암호와 같다. 영어로 표시해뒀으나 이름만으로는 도대체 음식을 추정하기 어렵다. 그래도 수블라끼와 기로스에 질리고 나면 모험을 해야 한다.

손가락으로 아무거나 가리키며 맛있냐고 물으면 물으나마나 최고라고 말한다. 돌마데스를 시키며 무슨 요리냐고 물으니 자신의 할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말한다. 할머니가 좋아 할 맛이라? 염려하며 시킨 요리는 쌈에 쌓여있었다. 망게잎같은 푸르스름한 껍질에 쌓여있어 풀고 먹을지 잎사귀채로 먹을지 고민했다. 풀어보니 잘 풀리지 않아 필시 풀어먹는 요리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입에 넣었다. 향을 가진 잎에 쌓인 내용물은 한입 베고 살펴보니 쌀과 고기 그리고 갖은 야채가 들어있었다.

엄지손가락보다 조금 두텁게 만든 돌마데스는 비교적 먹을 만했다. 그러나 양이 적어 그것만으로는 배가 부르지 않는다. 양 푸짐하기로 유명한 그리스 요리가 무슨 일로 아끼는가 싶었더니 본식 먹기 전에 입맛을 돋우는 전채요리였다. 한국에 와서 살펴보니 돌마데스는 꽤 손이 많이 가는 요리였다. 마늘과 양파를 다져서 올리브기름에 볶는다. 그 베이스에 다진고기와 불린 쌀, 오레가노 등을 넣고 볶다가 뚜껑을 덮어 약하게 익힌다. 여기서 노하우는 바로 70%만 익히는 것이다. 찰기가 생기면 포도잎에 싸서 돌돌 감아 꼬치로 고정하고 쪄내면 완성된다.

계절이 맞지 않아 포도잎이 떨어지면 양배추에 감아나오기도 하는데 이때는 양배추의 두께 때문에 도톰하게 만들어진다. 치즈를 뿌리고 익혀낸 양배추 돌마데스는 우리입맛에 잘 맞는다. 달달한 양배추와 육즙 넘치는 어울림은 지금도 침을 삼키게 한다.

깔라마리 예미스타

오징어 순대라고 말하면 한 번에 이해가 되는 요리다. 예미스타는 속을 꽉 채운다는 뜻이고 깔라마리는 오징어라는 뜻이니 꽉 채운 오징어요리였다. 올리브 오일에 양파와 마늘 오레가노, 바질, 다진고기, 피망, 호박 등의 야채를 잘게 썰어 넣는다. 여기에 불린 쌀을 넣어 잘 섞어준다. 간은 소금과 후추로 간단하게 한다. 익히지 않고 오징어의 몸통에 넣어주는데 80%를 담는 것이 좋다. 익으면서 부풀어 올라 내용물이 밀려나오기 때문이다. 속이 가득 찬 오징어는 올리브오일을 바르고 오븐에 40분 이상 구워낸다.

가끔 부드럽게 즐기기 위해 물을 붓고 약한 불에 1시간 정도 끓여서 만들기도 한다. 한국 입맛엔 쫄깃하고 고소한 오븐에서 구운 요리를 추천한다. 맛이 너무나 좋아 깜짝 놀라는 음식이다. 쌀이 들어가 익숙하고 든든하다. 비주얼도 남달라 사진에도 멋지게 담기는 꼭 먹어봐야하는 그리스 요리다.

·사진=김기옥 님(협동조합 사유담(史遊談))

정리=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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