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양자홀 고저항 어레이의 소자 회로도. (b)자기저항측정결과. 표준연 제공

국내 연구팀이 메가옴(MΩ)급의 높은 영역에서 표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불변의 고저항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전자기표준센터 채동훈 책임연구원팀은 일본과 공동으로 양자저항의 연결로 만들어진 고저항값이 시간에 따라 불변한다는 양자역학적인 성질을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도량형국(BIPM)에서 발행하는 국제적 측정과학분야 권위지인 ‘메트롤로지아’에 내달 호로 게재될 예정이다.

모든 전자기기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회로의 기본 요소로 저항이 들어가야만 한다. 그리고 저항을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기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저항표준이다. 저항값이 실제와 다르면 전류, 전압에도 영향을 미쳐 제품 자체에 큰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산업체들은 저항표준을 적용해 전자기기의 품질을 보증하고 있다.

저항은 1980년대 독일의 폰 클리칭 교수가 발견한 양자홀 효과를 기반으로 불변의 표준값, ‘양자홀저항’을 갖게 됐다.

표준연은 2008년 양자홀저항표준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발, 국가 저항표준으로 확립해 운영 중에 있다.

하지만 메가옴급 저항의 수요가 증가했음에도 양자홀저항은 10킬로옴(kΩ) 수준이라 고저항 표준으로는 적절치 못하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까진 금속으로 만든 실물을 고저항 표준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불변의 양자 고저항을 실현하기 위해 일본 표준기관인 NMIJ는 100여 개의 양자홀저항을 직렬로 연결, 1MΩ의 ‘양자홀 고저항 어레이’를 제작했다. 그러나 이론을 바탕으로 만든 이 저항이 정확한 1MΩ인지 검증하는 과정에서 측정기술의 한계에 부딪혔다. 이에 일본 연구진은 전기표준분야의 최상위 측정능력을 가진 KRISS에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높은 저항을 측정하기 위해선 기존의 전류 크기를 100분의 1 정도로 감소시켜야하기 때문에 고도의 정밀측정기술이 요구된다.

연구팀은 저온전류비교기를 이용, 불확도 1억분의 1 수준의 초정밀 저항값 측정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저온전류비교기를 이용해 이미 확립된 양자홀저항표준과 새롭게 제작한 양자고저항을 직접 비교했다. 마치 저울의 양 팔에 물체를 올려놓고 비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에 메가옴급에서도 불변의 양자저항을 확보하게 됐다. 양자 고저항이 존재해야 안정적으로 미소전류를 발생시키고 정밀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의 농도, 암 치료에 사용되는 방사선량 등 고도의 전류 측정이 필요한 많은 분야에 기술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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