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석 정경석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모바일 등 첨단 ICT(정보통신기술)가 사회·경제·문화 전반에 융복합돼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일컫는 제4차 산업혁명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대중매체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도 자주 언급되곤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오늘날 도시에 있어 무한한 기회 요인을 제공해줌과 동시에 위협 요인도 수반한다. 가장 큰 위협 요인 가운데 하나는 직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다. 단순 노무 내지 노동집약 서비스 업종은 점차 인공지능과 로봇 등 자동화 기기로 대체돼 일자리 수의 급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비스 업종뿐만 아니라 전통 제조업 부문에서도 자동화 시스템 및 스마트 공장의 도입에 따른 일자리 감소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반해 전문직·부동산·예술·과학기술 분야 등 자동화 또는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없는 영역에서의 일자리 수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오늘날 도시가 제공하는 많은 기능 가운데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공급 가능 여부는 한 도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척도가 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대전시의 제4차 산업혁명 특별시 도약은 전통적인 기존 도시경제 구조를 지식기반의 혁신경제로 전환함으로써 과학기술도시로서의 도시경쟁력을 한 차원 더 끌어 올리는 강한 의지의 표명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식 기반 혁신경제는 숙련된 인적자본과 시장과의 접근성이 매우 우수한 대도시권역을 중심으로 이제는 일을 찾아 인재(Talents)가 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찾아 인재가 모이고 그 인재를 찾아 지식 기반산업들이 모여들게 될 것이라 예측한 저명한 도시생태학자이자 창조도시(Creative City)의 주창자이기도 한 리차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 교수의 주장이 점차 설득력 있게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 창의적 인재가 모이는 곳에 일자리와 기업 투자자금이 점점 집중되는 원도심으로의 회귀현상이 점차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식 기반 혁신경제의 주된 추진 동력은 과학기술과 금융자본, 그리고 공간의 문제로 요약할 수 있다. 대전의 경우, 과학기술 자본은 잘 갖춰져 있지만 금융자본과 혁신을 이끄는 지식허브로서의 물리적 집적 공간 조성 노력은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했다. 특히 젊은 인재들이 모이고, 살고, 일하고 싶어 하는 도시환경 조성과 지역의 두뇌 유출 방지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충분했는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대전시는 젊은 인재를 위한 아이디어·기술창업에 매우 우수한 인프라 환경을 갖추고 있어 대덕연구개발특구뿐만 아니라 일부 원도심 지역을 일자리 창출형의 혁신 거점공간, 다시 말해 스타트업 중심의 창업집적공간으로 조성해 나가는 데 적극적이고 보다 공세적인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최근 대덕특구 리노베이션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와 민선 7기의 주요 시정으로서 권역별 스타트업타운 조성 및 원도심 소셜벤처 특화거리의 조성, 지식산업센터 조성 사업에 대한 논의도 바로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원도심 지역에 스타트업을 위한 코워킹(Co-working) 공간 조성 확대 내지 지식산업센터 건립 등에 대한 대전 시정의 노력을 기존 도시재생사업 유형들과 결이 다르다고 해서 이질적이고 부정적인 요소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원도심 지역의 새로운 도시재생 활력 요소이자 도시 혁신의 주체자로서 청년 창업인들의 도심 내 유입 장려책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적 지지가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하리라 본다.

다만 이들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좀 더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부분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적 재생이란 미명 하에 원도심 지역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장소성) 및 공간적 맥락이 훼손되지 않도록 기존의 공간구조에 조화롭게 스며들 수 있는 공간조성·활용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지역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대규모 개발방식은 지양돼야 한다. 꿀벌과 나비를 좀 더 불러 모으기 위해 기존 향기로운 꽃밭을 갈아엎고 겉만 화려한 새로운 품종의 꽃을 심고자 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신 도심 내 유휴부지와 방치된 시설, 활용 되지 못 하는 도심 내 다공성(Porous, 多孔性) 공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빈 공간 활용 전략 마련도 필요하다. 다공성 공간은 일종의 도시 숨구멍으로서 원도심 지역으로의 젊은 인재 유입과 일자리 창출은 이들 숨구멍에 도시 활력과 생기를 불어 넣는 훌륭한 촉매자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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