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에도 조용한 교실

‘안보’에 집중된 대전 통일교육 계획
교육청, “내년 계획엔 평화통일 교육 보강”

해방과 분단은 한국현대사에서 뼈아픈 순간이다. 민족의 발전 대신 통일이라는 또 다른 숙제를 남겼기 때문이다. 평양에서 지난한 숙원을 풀어내려는 남북의 노력이 ‘9·19 평양 공동선언’의 결실로 이어진 가운데 정작 그 시대를 이끌어나갈 미래 세대를 위한 통일교육은 여전히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특히 지역 교육현장에선 통일교육의 중점이 내일이 아닌 오늘만 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관련기사 3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평양으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사흘간 대전 지역 상당수 학교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정상 수업이 진행됐다. 계기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를 찾기 힘들었던 것인데 유독 성장과정 내내 남북 갈등과 반목만을 마주해 온 교실의 학생들에게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 화해와 통일 문제를 깊이 고민해 볼만한 기회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지역 A 고교에 재학 중인 이 모(17) 양은 “남북정상회담은 알고 있었지만 학교에서는 정상적으로 수업을 했다”며 “지난 4월에도 그랬기 때문에 별 다르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갔다”고 태연해했다.

초·중·고교 사회, 도덕, 역사 교과 수업 과정에서 통일과 북한에 대한 교육을 하긴 하지만 사실상 ‘한 번 짚고 넘어가는’ 수준에 그치는 현실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통일교육의 기회마저 평범하게 지나쳐 버린 셈이다. 지역 B 고교의 한 교사는 “남북정상회담만큼 학생들이 통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만한 기회가 어디 있겠냐”며 “우리 교육현장에서 통일교육이 아직도 외면받고 있는 현실이 고스란히 보여진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이런 가운데 매해 12월 말 수립되는 대전시교육청의 통일교육 추진계획은 평화 통일의 가치보다 안보에 치중하는 듯한 느낌을 쉬 지울 수 없다. 현재 시행중인 시교육청의 2018학년도 통일교육 추진 계획을 살펴보면 3월 서해수호의 날을 비롯해 6월 현충일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및 호국 보훈의 달 행사, 10월 국군의 날 기념 행사 등 안보 위주 계획이 상당수다.

계획 수립 당시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이었고 북핵 문제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한반도의 안보 불안이 높아진 상황이었음을 감안해도 교원 통일 연수를 제외하면 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은 통일교육주간, 학생통일탐구토론대회, 전국통일이야기한마당에 불과해서다. 지역 C 고교 교사는 “통일은 안보만 갖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학생들 사이 갈수록 통일에 대한 인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왜 통일이 필요한 지 당위성을 고민하게 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교육청은 내년엔 자체 계획에 평화통일 관련 내용을 더 보강할 계획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통일교육 계획 상 평화통일에 대한 부분이 많진 않지만 4·27 판문점 선언 후 교육청 차원에서 학생 통일현장 체험 등 프로그램을 추가 시행하고 있다”며 “안보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해 학생들이 평화통일의 중요성을 느끼고 긍정적인 사고를 확립할 수 있도록 내년 계획 수립 과정에서 신중히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