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훈기 공동조직위원장 / 목원대학교 TV영화학부 교수

 

6회 대전청년유니브연극제의 우수 학생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34일의 서안(西安) 연수는 대전지역의 문화를 이끌어갈 젊은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와 생각을 나누는 값진 경험을 선사했다.

실크로드의 길이 시작되었던 곳, 꿈꾸던 생물학적 영생에는 실패했지만 이야기로 살아남은 진시황의 무덤과 병마용의 발굴지가 있는 곳, 당현종과 양귀비의 별궁인 화청지(華淸池) 유적이 있는 곳이기도 하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장안(長安)에 소문났다라는 말의 발원지이기도 한 중국의 고도(古都) 서안. 역사의 기억은 건축과 문화의 흔적을 통해 남고, 오늘날에까지 이어져 중국인들 뿐 아니라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게도 끝없이 이야기를 건다.

실크로드의 시발점이었던 이곳이 전하는 교류와 소통의 의지와 메시지를 몸으로 느껴보며, 아직도 발굴과 복원이 지속되고 있는 병마용의 유적지를 통해 학생들은 진시황의 욕망과 흔히 말하는 대륙적 기질과 그의 공과 과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생각을 확장시켜 본다.

화청궁의 입구에는 당현종의 장구 반주에 춤을 추는 양귀비의 동상이 서있다. 앞에서 바라보면 중앙에서 허리를 한껏 뒤로 젖혀 요염하게 춤을 추는 양귀비가, 시선을 그녀에게 두고 장구를 연주하는 당현종의 상보다 더 크고 부각되게 만들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렇다. 양귀비와의 이야기가 없다면 당현종의 이름이 오늘날 사람들의 입에 이만큼 오르내릴 수 있었을까?

유적지 뒤쪽으로 서있는 여산의 봉우리들과 정자까지 무대 배경으로 활용한 커다란 수상무대와 그 주변에서 갖은 무대 기술을 통해 양귀비와의 만남과 사랑과 헤어짐을 중심으로 한 당현종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장한가> 공연이 펼쳐진다. 이 공연은 회당 2,500명의 관객들의 입에서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시각적 화려함을 뽐낸다. 장예모 감독이 연출했다는 이 공연은 양귀비와 당현종을 죽음 후에라도 재회하게 하여 이야기를 지속시키고픈 후세대의 욕망이 투영되어 있다. 이야기는 스펙터클이 되어 우리의 감각을 통해 말을 걸어온다.

역사적 바탕을 둔 흔적 뿐 아니라 도심에 자리 잡은 공원의 이곳저곳에서 전통옷을 입고 떼를 이루어 민속춤을 추는 이들의 상기된 표정, 삼삼오오 모여 경탄을 일으키는 실력으로 제기차기를 하는 중년과 노년들의 몸짓을 보며 우리는 우리가 사는 도시의 공간들과 은근슬쩍 비교해보기도 한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학생들에게 멋진 경험을 선사한 시간이었다. 이제 이 학생들은 대전으로 돌아와 확장되고 깊어지는 이야기를 펼쳐가게 될 것이다. 문화적 안목의 넓힐 경험을 학생들에게 제공해주신 주신 실무자와 후원자들께 감사드린다. 그들에 대한 응답으로 대전의 문화와 예술을 통한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갈 연수 참가자들의 아름다운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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