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요리의 모든 것을 파헤치다 5편

바클라바(Baklava)

아직도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것이 터키요리와 그리스 요리다. 특히 간식파트에선 더욱 그랬다. 400년에 달하는 오랜 식민지배로 두 문화는 비슷한 부분을 많다. 그러나 죽어도 그럴 리 없다는 그리스의 주장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일본과의 비슷한 음식문화를 구태여 입에 담기도 싫어하는 나라에서 태어나 그 속마음은 백번 이해하지만 그래도 터키에 심하게 매료됐던 사람으로서 아직도 어디서 먹었나, 터키였나, 그리스였나를 구글 위치정보에서 찾아봐야 알 수 있다. 그만큼 종종 겹치는 그리스와 터키 요리였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버터를 칠해둔다. 페스츄리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다. 그리고 그 안에 피스타치오나 호두같은 견과류를 넣어서 돌돌 감아 구워낸다. 여기에서 그쳤어도 맛있는 과자는 설탕시럽에 퐁당 담궈야 조리가 끝난다. 그리스에서는 꿀에 담궈두기도 한다. 달콤한 정도는 상상에 맡기겠다. 유독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겐 목이 따가울 정도로 달았다. 달달한 간식을 좋아한다면 얼마든지 즐길만한 디저트였다. 친구에게 선물할 때에는 슈퍼에서 포장된 바크라바를 사면되는데 시럽의 향이 회사마다 다양하다고 들었다. 문화적 충격을 혀끝에서 느끼게 해주기에 적당한 선물이다. 카타이피(Kataifi)는 바클라바와 만드는 방식은 같으나 외피가 실타래처럼 생겨있는 것이 특징이다. 카타이피는 바클라바와 같이 견과를 품고 눅진한 시럽에 흥건하게 담겨 있다.

루쿠마데스(Lukumades)

그리스식 도넛츠로 동그란 탁구공만하다. 때때로 튜브처럼 가운데에 구멍이 나있는 링 형태일때도 있다. 하지만 길가에서 자주만나는 루쿠마데스는 동그란 형태가 흔하다. 그 작은 찹쌀도넛츠에 시럽을 올리고 다진 견과류를 올려준다. 그 쫄깃한 고소함은 안 먹어보고서는 말을 할 수가 없다. 터키의 로쿠마와 거의 똑같다. 도넛츠 위에 꿀 시럽을 뿌리기도 하고 멋진 샾에서는 아이스크림이나 생크림을 얹고 초콜릿을 흠씬 뿌려준다. 그리스 음식을 한국으로 들여온다면 가장 성공률이 높을 간식이 루쿠마데스일 것이다. 기름이 끓어오르면 신기하게도 반죽이 똑똑 떨어지면서 루쿠마데스가 만들어지는데 보는 재미도 있다.

루쿠마데스의 시작은 고대 올림픽경기에서 우승자에게 올리브 관과 달콤한 ‘Golden tokens’라는 음식이 주어졌다고 한다. 승리의 달콤함을 느껴보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이제는 쉽게 그리스거리에서 맛보는 짜릿한 승리체험이었다. 찹쌀도 아니라면서 그 깊이 있는 쫄깃함은 지금도 의문이다. 소식을 늦게 들어 겨우 한번 먹어봐서 아쉽고 그리운 녀석이었다. 침이 돌아 그리스가 그리워졌다.

·사진=김기옥 님(협동조합 사유담(史遊談))

정리=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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