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요리의 모든 것을 파헤치다 6편

이제는 술이라기보다 고급 취향이 돼버려 마시기도 죄스러운 이름인 와인을 처음 만든 나라는 어디였을까? 그곳은 바로 그리스였다. 디오니소스의 존재만으로도 와인이 그리스에서 흔하게 만들어지고 마셨다는 것은 알 수 있으나 최초로 만들어진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그리스 와인은 여타 지중해 와인에 비해 특이한 향을 가지고 있다. 모든 와인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리스토종이라고 말하는 레지나와인은 정확히 특이하다. 술에 취미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다양할 수는 없지만 매캐한 첫 맛이 있다. 그 넘김이 자신 없어 뱉어버리고 말았지만 그 특이한 향은 지금까지 강렬하다.

레지나와인은 술을 만들어 판매했던 그리스 양조사업에서 시작한다. 햇살 좋고 비 안오는 그리스는 포도에게는 천혜의 땅이었다. 물을 찾아 석회암 깊이까지 뻗어 들어가 탐스럽게 열린 포도는 작지만 당이 응축돼있다. 이렇게 가을에 수확해 발로 밟아 통에 넣어두면 뜨끈하게 발효되어 그리스 와인이 된다. 맛도 향도 뛰어나 인기가 있자 뱃사람들을 중심으로 들고 다니며 마시다가 수출길이 열렸다.

그러나 3개월 이상 배를 타고 이동하다보면 술은 식초로 변해있었다. 이렇게 와인에 하자가 생기자 문제해결력 뛰어난 그리스 사람들은 비법을 고안했다. 암포라에 와인을 90% 담고 입구를 송진으로 막아둔 것이다. 그러자 와인은 송진덕분인지 상하지 않고 배달됐다. 그러나 와인에는 출렁이며 송진의 향이 진하게 배어버렸다. 로마군들이 그리스에 들어와 그리스식 와인을 먹어보곤 그 기이한 향에 놀라 전쟁을 잠시 쉬었다는데 맛있어서가 아니라 기가 막히게 이상해서였다. 이렇게 1차 발효 후 통속에서 소나무와 함께 2차 발효가 이뤄져 그리스 와인은 훈제구이 같은 또는 쿰쿰한 냄새가 배게 되었다. 그 이름이 그리스와인 또는 레지나와인이다.

향이 기막히다고 들었으나 내 입에는 그저 위스키 독한 뒤끝에 나무향이 베이는 그 느낌이었다. 포도가 좋아 한번, 향이 좋아 두 번 마신다는 그리스 레지나 와인이었다. 술을 적고 있으나 나는 술을 마실 줄 모르는 사람이니 어쩌면 장님에게 풍경설명을 듣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진=김기옥 님(협동조합 사유담(史遊談))

정리=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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