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11월 4개 시·군 행감 예정 “지방자치법이 부여한 고유권한” vs “지방자치 근간 흔드는 독단”

충남도의회가 도내 기초단체의 행정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행정사무감사’(행감) 연내 실시를 공식화하면서 시·군의회와 공무원노조의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도의회는 “권한 있는 곳에 책임 있다”라는 원칙 아래 이중삼중 견제와 감시의 순기능을 역설하는 반면 일선 기초의회 등은 “지방자치제 근간을 흔들어 광역의회 위상을 높이려는 발상에 불과하다”며 행감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정확히 1년 전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통과로 촉발된 양측의 대립과 반목이 그대로 재현되는 모양새다. 당시 창과 방패의 싸움은 ‘행감 유보’로 발을 뺀 도의회의 패배로 일단락됐다.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행감 갈등은 올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 구성된 지방정가에서 치열한 2라운드에 돌입했다.
도의회는 지난달 14일 제306회 임시회 4차 본회의를 열고 ‘2018 행정사무감사 계획 승인의건’을 의결했다. 11월 12일 부여군(농업경제환경위원회)을 시작으로 13일 천안시(문화복지위원회), 14일 보령시(행정자치위원회), 16일 서산시(안전건설해양소방위원회) 등 도내 15개 시·군 중 4곳에 대한 올해 행감 일정을 확정한 것이다. 도의회는 내실 있는 감사를 하겠다며 도민 제보를 접수 중이고 대상기관에 감사자료도 요청했다.
충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 충남공무원노동조합연맹, 전국공무원노조 세종충남지역본부는 ‘시·군 행정사무감사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공대위는 지난달 27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감은 정부와 광역단체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현 시점에서 지방자치분권에 역행하는 것이고 행정기관 간 갈등만 유발할 뿐”이라며 “독단적인 행감 실시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지방자치법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반대의사도 분명히 했다. 행정안전부는 행정사무감사 또는 조사의 대상기관을 규정한 지방자치법시행령 42조 5항 본문 중 ‘사무(지방자치단체에 위임·위탁된 사무는 제외한다)’를 ‘사무’로 개정하기 위한 입법예고(9월 1일~10월 1일)를 한 상태다. 앞서 지난해 도의회가 의결한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도 괄호 안의 내용을 삭제한 게 골자다.
공대위 등 행감 반대 진영은 괄호의 예외규정을 근거로 광역의회의 기초단체 감사는 불가하다는 논리를 펴왔고, 도의회는 시행령 상위법인 지방자치법을 들어 직접 감사가 가능하다고 맞섰다. 이 법 41조 3항에는 ‘지방자치단체 및 그 장이 위임받아 처리하는 국가사무와 시·도 사무에 대해 국회와 시·도의회가 직접 감사하기로 한 사무 외에는 그 감사를 각각 해당 시·도의회와 시·군 및 자치구의회가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지방자치법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은 위임·위탁사무를 처리하는 자치단체도 상급 자치단체 의회의 행정사무감사 대상에 포함토록 하는 게 핵심”이라며 “현행법 체계에서도 시·도의회가 기초단체 감사를 할 수 있지만 법과 시행령 사이에서 해석상 논란의 소지를 없애고 법적 정합성(무모순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국적으로 충남 외에도 광역의회의 기초단체 행감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법과 시행령의 불일치를 손봐야 한다는 법제처 등의 법령정비 의견에 따른 것으로 분권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려 한다는 일각의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었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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