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풍미한 추사의 삶/깊이 있고 숭고한 예술세계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추사체. 추사(秋史) 김정희의 호를 따서 만든 이 서체는 보는 것만으로도 특유의 기품이 느껴진다. 추사의 생애가 그려진 ‘추사여, 겨레의 혼불이여(문학의 힘)’를 읽다보면 그가 바로 곁에 함께 있는 것만 같고 어떨 땐 마치 조선시대로 돌아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조선의 대내·외 정세가 격동에 휘말렸던 그 시기에 태어나 정치가로 입신했던 추사의 고뇌와 두 차례나 유배 생활에서 느꼈을 법한 심정이 책 속에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다. 험난한 삶 속에서도 그의 학문과 예술은 빛을 발했다.
지역문화특성화사업의 일환으로 발간된 ‘추사여, 겨레의 혼불이여’는 충남 예산에서 나고 자란 추사의 삶과 예술, 학문과 사상을 신익선 시인의 필체로 깊이감있게 그려냈다. 추사의 숭고하고 기품 있는 정신을 세계인과 공유하기 위해 영어로도 번역된 이 책의 상권에선 그의 남다른 탄생 일화부터 정치인이자 예술가로 한 시대를 풍미하던 삶의 궤적을 다뤘다. 중·하권에서는 자연스러운 흥취와 고도의 정신세계가 합일한 독창적인 예술과 사상, 유배를 당하는 순간에도 그 만의 독특한 서체를 정립해 낸 추사의 모습이 담겼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왕성하게 특유의 개성이 느껴지는 작품 활동을 한 추사의 일대기가 총망라된 것이다.
추사의 삶과 죽음, 학문과 예술을 가슴깊이 스며들게 만든 책은 상·중·하 3권에 340편의 시를 녹여냈다. 책을 집필한 신 시인은 충남 예산 출생으로 경희대학교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충남문인협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충남문인협회, 국제펜충남지역위원회, 예산문인협회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신 시인은 “추사의 학문 활동이나 예술 분야 업적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미의식에 대한 고찰이 우선돼야 했는데 시집 집필을 위해 추사 고택 옆에 누옥을 장만하기도 했다”며 “사실 3권으로 기획된 건 아니었지만 꼼꼼하게 추사 일대기를 살필 수 있게 하고자 3년 여에 걸친 작업 끝에 완성해냈다”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