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정책숙려제 본격화
학부모들, 공론화 후유증 우려
유치원 “교육격차 유발” 반발

상반기 학교생활기록부 개선과 맞물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등으로 뜨거웠던 교육 현장이 올 하반기 유치원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 여부를 결정할 정책숙려제로 다시 불타오른다. 교육부가 오는 12월 결론을 목표로 정책숙려 과정을 본격화하면서인데 이미 공론화에 지친 현장에선 회의적인 시선과 함께 또 다른 논란을 촉발하진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공론화를 통한 정책 결정에 대한 교육현장의 근심이 쉬 가시지 않는 가운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임명되면서 하반기로 예정됐던 유치원 방과 후 영어학습 금지 여부와 학교폭력 개선 방안 등 정책숙려제가 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상반기 학생생활기록부 개선,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등 공론화의 후폭풍에 대한 잔상 탓인지 하반기 정책숙려제를 앞두고 교육 현장의 차가운 반응이 줄 잇고 있다. 공론화를 통한 정책숙려라 하더라도 주체와 당사자 간 의견이 극명히 엇갈리는 교육 문제의 특성상 어느 쪽도 쉽게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하반기 공론화 테이블에 오를 유치원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 여부를 놓고 학부모들 분위기는 벌써 시끌시끌하다. 정책숙려제를 통해 유치원 방과 후 영어교육이 현행 유지로 결론날 경우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서 금지하는 초등학교 1~2학년의 영어 수업이 또 다른 논란거리로 떠오를 게 뻔해서다. 학부모 송 모(42·대전 서구) 씨는 “초등학교에선 금지, 유치원은 허용하면 당장 이 문제가 다시 공론화 주제가 되지 않겠냐”며 “국민 참여로 정책 방향을 결정한다는 게 말은 거창하고 쉽지만 가뜩이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공론화가 필요한 부분에서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론화에 대한 학부모들의 걱정과 맞물려 유치원에선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가 실제 교육현장과 괴리감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고가의 영어유치원 등 사교육이 성행하는 상황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과 후 영어교육을 막는 게 되레 교육 격차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대전의 한 유치원 원장은 “유치원 영어 교육은 학습이 아닌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된다”며 “이를 마치 시험과 연결시켜 ‘유치원 영어 교육도 학습이니 해선 안 된다’며 이를 여론을 통해 결정하겠다니 유치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건 당연하다”고 답답해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