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내외부에 불씨처럼 남아있는 부당한 갑을문화가 일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해 9월 1일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장이 선포한 약속이다.

박 사장은 이날 진주 본사에서 전 직원과 함께 ‘갑을관계 혁신’ 대책을 내놓으면서 대 국민약속을 했다. 선포 핵심은 LH가 적폐대상의 오명(汚名)에서 벗어나,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

선포식에는 12가지 행동지침을 선포하고 전 임직원이 서약서를 작성하는 등 오명청산 의지를 보였다.

그로부터 1년여. 그동안 본지는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적폐 불법 ‘수의계약’ 및 부당한 설계변경’ 등에 초점을 맞춰 수십 회 보도한바 있다. 그러나 LH가 그토록 청산하고자 하는 ‘갑질’의 적폐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 결론이다.

특히 LH세종본부의 경우 지난해 2월 조성순 본부장 취임 이후 벌어진 특혜와 비리의혹 등은 ‘갑질’ 청산의지를 의심케 하는데 충분하다.

결국 조 본부장 등 LH직원 등 10여 명이 무더기로 형사 고발당했다. 수사는 이제 초기단계여서 가타부타 논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고발인이 지역건설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건설인 것을 감안하면 무게감이 있다.

이 같은 시점에서 지난 3일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태일 부장판사)는 수뢰 후 부정처사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전직 LH 간부 A 씨에게 징역 1년과 벌금 4000만 원을 선고했다.

혐의는 지난 2016년 6월 각종 공사의 설계 응모 및 입찰 수주에 편의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건축사 등에서 금품을 받았다.

이에 앞서 B 씨는 지난 8월 수뢰혐의로 구속 됐다 항소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B 씨는 지난 2016년 LH세종분부 간부로 재직 당시 비리를 저질렀다. 이 같은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 건설업계의 공통적 시각이다. LH의 업무특성상 비리가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것.

실제로 ‘비리의 온상’인 ‘수의계약’ 및 ‘설계변경’은 교묘하게 포장해 잘 드러나지 않는다. 포장방법에는 그들만의 노하우와 내공 등으로 겹겹이 쌓아 접근조차 어렵다.

최근 세종시 신흥 ‘사랑의 주택’ 사업에서도 ‘갑질’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적격심사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1순의와 차 순위가 바뀌었다는 ‘조작설’이다. 이를 놓고 사업주체인 세종시와 LH 간 오락가락 해명이 가관이다.

그런데 차 순위로 밀려났다고 알려진 응찰 건설사의 연락처조차 비공개다. ‘조작설’의 의혹이 불거지는데도 ‘업무상 비공개’로 일관하는 LH다. LH가 ‘갑’과 ‘을’의 먹이사슬에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한 고리로 생각하는 데서오는 오만과 자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속담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LH가 그동안 시행했던 불법의 긴 꼬리. 추가고발을 예고한 고발인의 고발장에 ‘긴 꼬리’가 적시됐을 가능성을 주시한다.

10일부터 실시되는 국회 국토위 국감장에서는 LH관련 어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지 궁금하다. 국감장을 지켜보자.

/서중권 세종본부장 013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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