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문우답(賢問愚答). 취임 100일을 맞는 김정섭 공주시장에 대한 평가다. 이제 겨우 100일, 시정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든 시간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성과물을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하지만, 적어도 공주시의 최고 수장으로서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소신과 비전만큼은 제시해야 한다.

고향발전을 위해 20대부터 30년의 내공을 쌓은 그다. 또 지난 10년간 공주호를 책임지기 위해 이곳저곳을 누비며 시민들이 가려워하는 곳이 어디인지 파악해 왔다. 기회 있을 때마다 집권 여당의 화려한 인맥을 자랑해 온 만큼 확실한 해법을 내놓을 법 한데 그렇질 못하다. ‘잘 하겠다’는 식의 상투적인 답변이 아니라, 동문서답의 무성의한 답변이 아니라, 흐리멍덩한 답변이 아니라 힘 있는 목소리로 우문에도 현답을 내놓을 줄 알아야 한다.
김정섭만의 리더십, 김정섭만의 꿋꿋한 소신과 원칙, 김정섭만의 철학과 비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김정섭만이 가진 장점을 녹여내질 못하고 있고, 보여주질 못하고 있다.

민선7기 공주호를 이끌고 있는 김정섭 시장이 가장 강조하는 단어가 ‘소통’과 ‘신바람’이다. 김 시장의 여러 행보에 비춰 소통에 방점을 찍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진정한 소통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찍힌다.

김 시장의 화법과 어투가 불통과 먹통의 화근이다. 후보시절에도, 일전 시민과의 대화에서도 갈수록 줄어드는 인구문제에 대한 해법을 묻는 질문에 어정쩡한 답변만을 내놔 실망을 사고 있다. ‘기업이 오고, 사람이 온다’는 민선6기의 구호를 무능으로까지 비하했던 그였기에 실망감은 더 크게 다가온다.

최근 KTX 세종역 신설 논란과 관련해서도 내 알바 아니라는 식의 유체이탈화법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KTX 세종역 신설 찬성 입장을 밝힌 양 지사의 발언조차 알지 못한다, 공주시의 입장 발표가 어떤 영향을 줄지 의구심이 들고,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고 발언해 시민적 공분을 샀다. 뒤늦게 세종역 반대 입장을 표명하긴 했지만, 늑장대응은 시민들의 화를 키웠다. 공주시장으로서의 자격이 의심된다는 말부터 시민들의 안전과 행복보다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데만 몰두한다는 노골적인 비난 발언들이 쏟아진다.
최종적으로 시장을 찾아간 자리에서조차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불만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신중함에 말을 아끼다보면 상대방은 답답증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속 시원한 답변까지는 아니어도 가려운 곳은 긁어주고 아픈 곳은 어루만져 주는 자상함은 있어야 한다.

김 시장의 입장이 역대 시장들과 비교해 한층 곤궁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본인이 자랑하는 화려한 인맥에 비해 눈에 띄는 굵직한 공약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 터다. 대부분 기존 시정의 보완, 개선, 확충 쯤으로 읽히는 공약들은 스스로 위기로 진단하고 있는 공주를 획기적으로 개선 또는 발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러다보니 8년의 임기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이준원 전 시장과 4년을 8년처럼 실속 시정을 꾸린 오시덕 전 시장과 비교될 것은 분명하다.

빈 집이 늘고, 빈 점포가 늘고 여기저기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신바람 공주’까지는 아직 요원하다. 손에 잡혀야 경제고, 손에 잡혀야 정치다. 어정쩡한 화법이 아니라 확실한 어투로 김정섭만의 비전과 담론을 제시해야 한다. 변해야 산다. 지금까지의 관성과 틀을 깨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는 박차고 나와 한 발짝 나아가야 한다. 김 시장의 취임 100일이 우려와 걱정의 시기였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오해를 불식시켜 단단하게 존재감으로 시민의 신뢰를 구축했으면 한다. 김정섭 시장의 민선7기 공주호가 이제 막 닻을 올리고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했다. 공주시민만을 바라보고, 공주시민만을 생각하며, 공주시민만을 위한 순항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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