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숙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조현숙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6월 청년 TLO(Technology Licensing Officer) 육성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2016년 기준 64개 대학에서 약 7만 5000개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약 1만 8000개는 대학 내부에서 우수 기술로 분류해 관리되고 있다. 대학이 보유한 우수 기술을 사업화 할 수 있는 기술이전 전담조직(TLO)의 인력 부족으로 기술 이전은 연간 3500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학 산학협력단에서 이를 담당하는 직원은 2~3명에 그치는 데 대학들이 오는 2020년까지 최소 2만 건 가량의 우수 기술을 더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체 이공계 연구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전 추진엔 턱없이 부족한 인원임에 틀림없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대학이 보유한 실험실 기술, 노하우를 민간 기업에 이전하기 위해 기술마케팅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청년 TLO 사업을 추진했다. 대학이 보유 중인 우수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고 사업화를 진행하고자 미취업 이공계 학·석사 졸업생을 활용하는 사업이다. 청년 TLO 사업은 관련 기술에 관한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졸업생이 그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미취업자를 줄이고 대학의 연구개발 성과를 민간 기업에 이전, 사업화하는 데 기여할 인력을 확보한다는 좋은 취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청년 TLO 사업은 1차 모집에서 19개 대학 1000명이 모집됐고 정원의 25%만이 지원하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사업 제한 사항을 완화하고 2차 모집을 진행했는데도 67개 대학, 4000명 모집에 그쳤다. 대학들이 모집에 응할 수 없었던 이유는 다양하다. 취업전담 부서가 아닌 산학협력단에서 이를 진행하면서 관리 예산이 전혀 없던 점(학생인건비 95%, 간접비 5%), 공청회를 거치지 않고 사업이 진행된 점, 채용 부담을 기업에 부담시키면서 기술 이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킨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가장 주된 원인은 대학당 70%(80명) 취업률을 달성해야 한다는 부담스러운 목표다. 이후 공청회를 통해 예산조정, 취업률 대상 기업 확대, 기술부터 아이디어 창업까지 대상을 완화·확대한 뒤에야 67개 대학 참여를 이끌어냈다.

대학 참여를 확대한다는 취지 아래 당초 대학이 보유한 기술을 민간 기업에 기술 이전하고 이를 전담하던 학생 인력을 해당 기업에 취업으로 연계해 기술사업화와 창업을 촉진한다는 사업 취지는 흐려졌다. 6개월 간 미취업 졸업생을 대상으로 학생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그 의미가 퇴색된 것이다. 사업은 미취업 졸업생에게 취업을 준비할 동안 지원금만 제공하는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 고교 졸업생 중 미취업자이거나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대학 미취업 졸업생은 청년 TLO 사업의 수혜자가 될 수 없다. 기술이전 대상 기업에 취업하지 않아도 되고 기술창업이 아니어도 되며 대학원생은 아니기에 연구과제 수행으로 인한 야근이나 주말 근무가 없는 6개월 간의 '꿀잡(honey job)'인 셈이다. 미취업 졸업생들에게 취업 준비를 하도록 지원금을 주는 것이 특혜라는 논란으로도 번졌다.

과기정통부의 사업 추진이 이렇게 된 원인은 뭘까. 이는 과기정통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정부 부처가 무리해서라도 청년 실업률을 낮추는 지표를 맞추기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사례가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6개월 간의 꿀잡, 청년 취업률 올리는 지표로 산정하는 것이 맞는가, 청년 TLO는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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