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다문화가정 무료 전통혼례 치러줘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혼례를 치루지 못하고 살아온 다문화가정 최 모씨 부부의 전통혼례가 지난 7일 공주한옥마을에서 비영리민간단체인 '온닮'과 공주시 등의 도움으로 진행되고 있다. 온닮 제공

 비영리 민간단체인 ‘온닮(전 고마누리, 대표 은진현)’이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혼례를 올리지 못한 다문화가정에 무료로 전통혼례를 치러줘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온닮은 공주시와 함께 지난 7일 공주한옥마을 백제방 마당에서 어려운 형편 때문에 정식으로 혼례를 치르지 못한 사곡면 화월리 최 모 씨 부부를 위해 전통혼례를 열었다.

전통혼례 및 전통문화체험, 전통인성예절 등의 순으로 진행된 이날 혼례는 온닮의 재능기부로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동참해 훈훈한 시간을 나눴다.

특히 이날 집례(큰손님)는 6년 동안 혼례마당을 지켜 온 엄기영 공주대 명예교수가, 사진 촬영은 온닮 회원들이 자원하는 등 지역의 여러 기관의 따뜻한 배려와 관심 속에 진행됐다.

공주시가 한옥마을 무료 숙박을 지원하고, 공주시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윤정문)에서 대상 가정 선정을 도왔다. 또 흥겨운 풍물로 길놀이를 열어주는 곰두리풍물단, 하객과 관광객을 위한 전통차 나눔 자리도 마련돼 더욱 풍성한 정을 나눴다.신랑 최 씨는 “아내 보기가 늘 미안했는데, 오늘 혼례를 통해 남편 노릇을 조금이나마 하게 돼 기쁘다. 온닮과 공주시 등 도움을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받은 만큼 다른 사람에게 나의 재능을 베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은진현 회장은 “외국에서 온 신부에게 결혼식을 제대로 해주지 못해 늘 미안해하는 남편의 말을 듣고 전통혼례를 제안했다”며 “최 씨 부부의 환한 모습을 보니 보람도 느끼면서 동시에 책임감과 사명감도 든다. 앞으로도 함께 더불어 잘 사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옥마을에서의 전통혼례를 통해 옛 문화를 계승함으로써 관광객들에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했으면 한다. 온닮이라는 단체에도 많은 관심과 가입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온닮은 ‘나눔이 최고의 소통이고 희망’, ‘포근한 마음으로 따뜻한 세상살이 가꿈터’란 슬로건 아래 2012년 당시 뜻있는 경찰관들이 주축이 돼 결성, 2016년 3월 지역 주민들과 함께 정식 민간단체로 출범했으며 현재 18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온닮(백제의 순 우리말, 큰 나라 큰 땅)은 매년 형편상 혼례를 치르지 못하거나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열심히 사는 부부를 선정해 전통혼례를 무료로 지원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지역 사회 나눔과 봉사에 앞장서고 있다.

이날 혼례 또한 다문화가정인 최 씨 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을 공주시로부터 전해 듣고 온닮 은진현(전 경찰공무원) 대표가 회원들과 협의 후 흔쾌히 승낙하면서 성사됐다.

온닮은 지역의 전통문화 발전을 위해 조선시대 궁중혼례와 백제시대 왕실 혼례 등을 계획 중이며, 백제의 고도인 공주에 백제문화거리를 조성하고 싶다는 꿈도 키우고 있다.

 

공주=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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