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요리의 모든 것을 파헤치다 7편

스파나코피타, 티로피타

그리스 국민간식 바클라바를 만들 때처럼 얇은 파이 반죽속에 시금치를 넣어 만든 음식이다. 야채 고로케라 볼 수 없는 게 고기도 당면도 없이 시금치만 있어서 앙팡진 고로케와 확연한 맛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다행히 설탕시럽에 재우지 않아서 달지는 않지만 처음에 깜짝 놀라는 음식이다. 파이를 집어 들었는데 바삭한 파이 안에 시금치 무침이, 씹히는 맛도 없이 무더기로 물컹하게 들어있어서다. 먹고 싶지 않은 식감이랄까? 이럴 때에는 시금치 대신에 치즈가 들어있는 티로피타를 시켜서 놀란 입맛을 잠재운다. 바삭한 열 겹 이상의 파이에 고소한 치즈가 들어있는 티로피타는 첫 입맛에도 담백하니 맛있다. 아무리 먹어도 맛있다 느낄 수 없는 그리스 페타치즈의 그나마 적당한 자리가 티로피타와의 어우러짐이다.

다시 스파나코피타로 돌아가보자. 시금치가 빵의 세배이상 들어있어 파이로 위장한 시금치 찜은 처음엔 의문이다. 그러다가 그 달콤한 시금치의 약간 소금만 넣고 기름에 담궈 만든 페이스트는 어느덧 든든하고 질리지 않는 그리스 메인 요리로 올라선다. 이러면 그리스 사람 다 된 것이다. 그리스에 가서 모든 음식에 올리브유를 부어 먹는 것에 놀라고 요구르트에 튀김을 찍어 먹는 것에 놀라고 시럽에 헤엄치듯이 꺼내 먹는 과자에 놀라다가 마지막으로 놀라는 게 야채가 백과사전 두께로 쌓여있는 빵을 먹을 때다. 그러나 자극적이지 않은, 머리로는 조화롭지 않으나 맛으로는 매우 이상적인 그리스형 음식이었다. 그리스는 400년 이상의 터키 식민 지배 영향으로 아시아의 음식 풍토가 이식되어 유럽 아닌 유럽음식의 선두주자다. 나도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지중해에서도 그리스 요리를 가장 선호한다.

생선구이

그리스는 삼면이 바다이기 때문에 생선요리가 흔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경을 설정하면서 터키는 이스탄불을 받는 대신 에게해의 모든 섬을 포기하고 그리스에 양도했다. 영해는 최후 영토를 기점으로 결정되기에 에게해 대부분은 그리스 소유였다. 그 섬에 들어가면 흔하게 생선요리를 싼값에 즐길 수 있을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다양하지 않은 생선종류에 놀라고 비싼 가격에 놀란다. 심지어 생선요리는 그리스인들이 좋아는 하지만 비싸서 먹고 싶어도 못 먹는다 말하는 걸 종종 듣는다. 그 말이 무슨 말인가 했더니 실제로 양이 너무나 적게 잡히는 통에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고급 식당에 가면 주방에 비치하고 있는 양이 많지 않아 얼음을 깔고 생선을 진열해서 고객에게 직접 보여주며 고르라 했다. 나는 비린내 진동하는 물 뚝뚝 떨어지는 생선들을 은쟁반에 담아와 깜짝 놀랐는데 나중에 사정을 알고 보니 이렇게 얼리지 않은 생생한 생선을 보유한 자신의 주방이 얼마나 자부심 넘치는지 자랑한 것이었다. 말린 문어 구이를 제외하면 작은 생선을 구워서 내놓는 것이 일반적인데 청어, 꽁치처럼 생겼고 정어리과 생선이라 했다.

일단 생선은 내장을 빼내서 숯불에 굽는데 최근에는 오븐에 굽는다고 한다. 오레가노와 소금 그리고 레몬즙을 뿌려 굽고 바싹 구워지면 왜 그러는지 몰라도 올리브유를 부어서 내놓는다. 그리고는 빵 위에 올려먹으라고 빵과 함께 준다. 맛은 흙 맛이 살짝 느껴지는 전어구이와 같고 신선도는 충남 남당리에 비교해서는 안 된다. 나는 사실 회를 제외한 생선에는 관심이 없어 객관성이 없다.

·사진=김기옥 님(협동조합 사유담(史遊談))

정리=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