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조업시간 감소로 인해 매출 감소로 경영난 심화
근로자,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투잡’을

최저임금 인상에 근로시간 단축까지 더해지면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기업입장에선 근로시간 단축으로 낮아진 생산성을 보완할 마땅한 방법이 보이지 않고 근로자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지 않는 곳을 찾아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생산성 약화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 전부터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중소기업 31.2%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산에 차질을 생기거나 납기일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부족 인력은 평균 6.1명으로 예상했으며 현재 대비 생산 차질은 20.3%, 근로자 임금은 월평균 11%(27만 1000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장에선 줄어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 충원에 애쓰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계의 인력난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닌지라 부족함을 채우기에는 힘이 부친다. 더욱이 추가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마땅한 방법이 없다. 대전의 한 제조업체 사장은 “생산직 직원을 계속 뽑고 있지만 일하러 오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물건을 팔아야 오른 인건비를 줄 수 있는데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근로자들의 입장도 좋지만은 않다.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하고 근로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주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나 정작 근로자들은 얇아진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이직 혹은 남는 시간을 이용한 대리운전 등의 ‘투잡’에 나서고 있다.

퇴근 후 시간을 이용해 대리운전을 하는 A 씨는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며 “근로시간 단축 적용을 받지 않는 곳을 찾아 자리를 옮기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아르바이트를 찾아다니는 이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인이 지난달 직장인(638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 시행 후 변화’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6%(278명)가 본인이 다니는 회사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54%는 제도 시행 이후 ‘별다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고 15.4%는 제도를 ‘부정적으로 체감한다’고 평가했다. 전체 응답자의 20.9%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임금이 줄었고 줄어든 급여는 평균 36만 9000원으로 조사됐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내수 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건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경영 여건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산업현장의 어려움을 감안해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보완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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